[취재여록] 사측에 책 선물한 현대차 노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장은 지난 14일 열린 임금협상 상견례에서 강호돈 부사장에게 불쑥 책 한권을 선물했다. 현대사회에서 상대에게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지혜인지를 알려주는 '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이란 제목의 책이었다.
이 지부장은 책머리에 "노사간 소통과 신뢰로 발전적 비전을 확인하는 교섭을 바란다"는 짧은 글도 써넣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단위 노조를 이끄는 지부장이 회사 측에 유례없이 강한 소통의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현대차 노조 역사상 노사 상견례 자리에서 지부장이 파업 선언 대신 책을 선물한 것은 워낙 이례적이어서 강 부사장도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분규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올 정도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날 자리에는 현대차 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박유기 위원장이 있었다. 박 위원장은 노동현장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광경에 낯설어 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금속노조가 7월 시행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지정을 저지하기 위해 6월 말 총파업 투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최대 조직인 현대차 지부의 '부드러운 모습'이 자칫 파업동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법하다.
이 지부장은 과거처럼 금속노조 총파업에 총대를 메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그는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안으로 정해진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결정과 해외공장 생산비율제 도입 요구를 올해 임금협상안에 포함시키지 않는 뚝심도 보였다. 이 때문에 이 지부장은 현대차 강성 현장조직으로부터 "현장의 요구를 독선과 아집으로 묵살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지부장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그런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사측에 무룡산에 자동차 박물관과 테마 등산로를 만들자는 사회공헌 사업을 제안했다. 시민공원 조성안이 조합원 정서에 더 잘 맞는다는 논리였다. 노조가 사측에 파업 대신 책을 선물하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란 게 현장 분위기다. 책을 선물받은 강호돈 부사장의 코 끝이 찡해졌을 듯 싶다.
하인식 울산/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
이 지부장은 책머리에 "노사간 소통과 신뢰로 발전적 비전을 확인하는 교섭을 바란다"는 짧은 글도 써넣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단위 노조를 이끄는 지부장이 회사 측에 유례없이 강한 소통의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현대차 노조 역사상 노사 상견례 자리에서 지부장이 파업 선언 대신 책을 선물한 것은 워낙 이례적이어서 강 부사장도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분규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올 정도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날 자리에는 현대차 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박유기 위원장이 있었다. 박 위원장은 노동현장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광경에 낯설어 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금속노조가 7월 시행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지정을 저지하기 위해 6월 말 총파업 투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최대 조직인 현대차 지부의 '부드러운 모습'이 자칫 파업동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법하다.
이 지부장은 과거처럼 금속노조 총파업에 총대를 메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그는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안으로 정해진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결정과 해외공장 생산비율제 도입 요구를 올해 임금협상안에 포함시키지 않는 뚝심도 보였다. 이 때문에 이 지부장은 현대차 강성 현장조직으로부터 "현장의 요구를 독선과 아집으로 묵살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지부장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그런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사측에 무룡산에 자동차 박물관과 테마 등산로를 만들자는 사회공헌 사업을 제안했다. 시민공원 조성안이 조합원 정서에 더 잘 맞는다는 논리였다. 노조가 사측에 파업 대신 책을 선물하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란 게 현장 분위기다. 책을 선물받은 강호돈 부사장의 코 끝이 찡해졌을 듯 싶다.
하인식 울산/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