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국적 축구코치 현지 분위기 전달

"아르헨티나에서는 예전에 한국 축구 선수를 뜀박질만 많이 하는 육상선수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쉬운 상대로 보지 않고 오히려 경계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국적의 축구 지도자인 인창수(38)씨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우리의 2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의 장단점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인씨는 16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해박한 축구 지식과 실전경험을 토대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대한 분석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인씨는 열살 때인 1985년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했다가 태극전사의 꿈을 안고 귀국해 1994년 실업축구단 이랜드푸마에서 선수로 뛰었다.

지도자 과정을 거쳐 2005년부터 2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안산 할렐루야 수석코치를 맡고 있다.

안산팀에서 2006년 내셔널리그 후기리그 우승, 2008년 내셔널선수권대회 준우승, 그해 후기리그 3위 등의 성적을 내면서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1997년 아르헨티나에서 유소년지도자 자격증을 따낸 데 이어 2년간 지도자 연수를 받은 끝에 2004년국제축구연맹(FIFA)가 승인한 아르헨티나축구협회 자격증도 획득했다.

인씨는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미 언론이 한국 축구를 바라본 평가를 전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에서는 한국 선수들은 볼 처리가 미숙해 많이 뛰기만 하는 육상 선수로 보는 시각이 있었으나 작년 한국 청소년팀이 세계축구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이후부터 평가가 점차 좋아졌다"
인터넷을 통해 남미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한다는 그는 "한국이 그리스와 1차전을 완벽하게 이기면서 쉬운 상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잘못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고 소개했다.

태극전사들의 팀 전술이 탁월하고 공수 전환도 빠르며 선수 개개인의 볼키핑력도 뛰어나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라는 것.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관련해서는 "훈련장에 얼굴 내밀고 선수들 격려하는 게 주된 일이어서 '얼굴마담'이란 평가도 있고 아르헨티나 언론에서도 안 좋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는 신의 말과 같다.

메시도 꼼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승부 예측을 묻자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지만 일대일 무승부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아르헨티나 팀 분석을 요구하자 "리오넬 메시와 카를로스 테베스, 곤살로 이과인으로 이어지는 스리톱(3-top)은 최강이다.

한국이 포백(4-back) 수비만으론 막기 어려울 수 있다.

김정우, 기성용 등 미드필더진의 협력 수비가 절실하다"고 답했다.

이어 "메시는 돌파력이 뛰어나 공간을 주면 안 된다.

앞뒤에서 확실하게 먼저 차단을 해야 한다.

볼 배급을 맡는 후안 베론도 적극 봉쇄해야한다"며 "공격수인 박주영과 염기훈도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구멍'도 지적했다.

호나스 쿠티에레스가 포지션을 바꿔 오른쪽 수비수를 맡으면서 허점을 노릴 수 있다는 것.
인씨는 "쿠티에레스는 평생 공격수와 미드필더로만 뛰었는데 이번에 수비수로 바뀌었다.

수비를 잘 못해 월드컵 1차전 때 뒷공간을 내주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귀띔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