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터키 원전을 최종 수주하기까지 가장 큰 문제는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하느냐다. 터키 원전은 UAE 원전 수주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다.

UAE는 원전 건설비 전액을 자체적으로 부담했다. 하지만 터키는 아니다. 원전 공사비 일부를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는 게 터키 정부의 요구사항이다.

한국이 낸 분담금은 나중에 원전에서 나온 전력을 팔아 회수할 수 있지만 그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한국은 가급적 분담금을 낮추고 싶어하는 반면 터키는 한국 측 분담금을 늘리고 싶어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본계약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터키의 지분(분담금) 참여를 어느 정도 비율로 할지, 누가 주사업자를 맡을지를 놓고 양국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이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 러시아는 작년 9월 터키 아큐유 지역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전력 판매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을 중단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이와 관련,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원전 건설에 우리가 100% 자금을 댈 수는 없기 때문에 주사업자는 터키 쪽이 맡고 우리는 보조적으로 참여하는 게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앞으로 굉장히 긴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터키는 원전 사고가 나거나 폐기물 을 처리할 때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앞으로 한국이 터키와 본계약에 이르기 전까지 풀어야 할 숙제다.

눈 여겨볼 점은 향후 전 세계에서 새로 원전을 발주하는 국가 대부분이 터키처럼 자금조달 능력과 원전 사고 등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이 터키 원전 협상 과정을 원활하게 풀어 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의 원전 수출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의미다.

원전 인력을 늘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한국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원전 건설 능력은 최대 15기 정도 수준"이라며 "국내에서 건설하는 8기와 UAE 4기,터키에서 2기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추가로 지을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원전 기자재 생산 능력과 파이낸싱 능력을 키우는 것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원자력학회장)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부족한 원전 관련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