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내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역내 핵심국과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위기에 직면한 주변 국가들 사이에 경제 회복 속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유로스타트)은 14일 유로존의 4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1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0.5%를 웃도는 수치다. 전년 동월보다는 9.5% 증가했다. 이는 1991년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4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8%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9% 급증, 유로존 국가들 가운데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는 전월 대비 3.4%, 전년 동월 대비 6.4% 감소했다. 아일랜드(전월 대비 -10.9%)와 포르투갈(-4.4%),스페인(-0.3%) 등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국가들은 4월 산업생산이 부진했다.

유로존 전체적으로 철강과 자동차 엔진 등 중간재 수요가 늘어난 것이 산업생산 증가를 도왔다. 중간재 생산은 전달보다 2.2% 증가했다. 이에 비해 소비재와 에너지 생산은 감소했다. 이는 유로존 내 소비심리는 아직 냉랭하지만 유로화 약세 덕분에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로화 가치는 남유럽 재정위기 우려감으로 올 들어 15%가량 하락했다.

유로존 전체의 산업생산 증가는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지지부진한 회복세는 최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조짐과 함께 시장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스페인 정부와 노동계 간 노동개혁안 협상 결렬로 노조가 총파업을 계획 중인 것도 부담이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이날 4.67%까지 올랐고,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도 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편 그리스는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무디스는 이날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4단계 아래인 Ba1으로 하향 조정했다. Ba1은 투기등급(정크)이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영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3.0~3.5%)보다 낮은 2.6%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1.3%를 유지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