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프로텍코리아 “금형 공급해달라” 獨ㆍ中ㆍ日서 주문쇄도
광주시 하남산업단지 끝자락에 위치한 금형업체 프로텍코리아(대표 윤영록 · 사진).300평 남짓한 작은 공장에는 대표를 포함해 1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작은 금형공장에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가전 2위 메이커인 메이디사는 3개월마다 직원 4~6명씩을 파견해 이 업체에서 연수를 시키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메이디사의 중국 내 경쟁 업체인 거란츠사 회장 아들과 사위가 임직원 12명을 이끌고 이곳을 방문했다.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를 생산해 연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거란츠사는 이 업체와 거래를 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윤영록 대표가 메이디사와의 의리를 중시하는 탓에 애를 태우고 있다.

이 업체에 고객이 몰리는 것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금형 명가(名家)로 우뚝 올라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3명의 직원이 매출 360억원을 올렸다.

지난 3일엔 독일의 세계적 금형업체인 아큐먼트사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폭스바겐과 오펠 등에 금형을 공급하는 아큐먼트사는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프로텍코리아의 금형을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돌아갔다. 국내에서도 현대와 기아,대우차 등이 수개월여에 걸친 구애 끝에 이 업체의 금형을 납품받고 있다. 현대차는 이들 금형 덕분에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얇은 철판을 사용하면서 강도나 안전성이 뛰어난 도어,안전벨트 기술 등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우일렉은 이 업체의 금형제품으로 세탁기 드럼통의 생산시간을 기존 40초에서 4초로 단축시켰다. 메이디사도 이 업체의 금형을 쓰기 위해 4개의 생산라인을 전면 교체했다. 프로텍코리아의 모태는 대우전자다. 대우 부도 사태 이후 대우전자 광주공장 금형팀 직원 23명이 퇴직금을 모아 2002년 2월 자본금 6억원으로 설립했다.

"한 1년은 대우전자 납품으로 큰 걱정 없이 살았는데 이듬해부터 주문량이 뚝 끊겨 버렸습니다. 다른 거래처가 없던 때라 그땐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 금형팀 과장에서 졸지에 최고경영자(CEO)가 된 윤 대표는 그때부터 죽기 살기로 해외 영업을 뛰기 시작했다. 메이디사와도 그 무렵 거래를 텄다. 메이디사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각종 제안서를 내는 등의 노력 끝에 거둔 결실이었다. 메이디사도 2000년 250만대였던 전자레인지 생산량이 10년 만에 2600만대로 늘어나는 등 이때부터 성장 가도를 달렸다. 타 업체 제품보다 4배가량 성능이 좋은 시간당 24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금형제품 수입이 주효했다. 메이디사는 이 때문에 지금은 한 달에 4일씩 윤 대표를 초청해 기술자문을 구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총경리 기술고문으로 선임,월 5000달러 보수에 왕복항공료,자동차와 기사,아파트 등도 제공하고 있다. 프로텍코리아는 이 밖에 제록스 영국 공장,일렉트로룩스,소니,파나소닉 등의 협력업체로 등록하면서 연간 수출만 70억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에는 압출단조 방식의 일체형 금형 제작 기술인 EMS공법을 개발해 4월 말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기능한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금형의 표준화를 위해 현재 전남대 기계공학과와 매뉴얼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금형 제작 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등 국내 금형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