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자문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2005년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모든 나라 투자자들의 불만족도가 80%에 육박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80% 정도가 불만족을 표했다.

투자자들의 투자 만족도가 이처럼 낮은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수익률과 관련된 것이었다.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과 이에 따른 투자 행태가 펀드 투자에 대한 만족도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나쁜 투자 행태 펀드 불만 키워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그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은 때때로 투자자들의 잘못된 결정을 초래한다. 미국의 금융정보업체인 달바(Dalbar)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간 연 평균 8.2% 상승했다. 하지만 S&P500지수에 있는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연 평균 3.2% 수익을 내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두려움에 이끌려 펀드를 섣불리 환매했거나 단기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펀드 성과가 좋아지는 걸 본 후에야 펀드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장기투자에 대해 적어도 10년 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평균 펀드 투자 기간은 3.2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일반적인 미국 시장 사이클은 3~5년이다. 3.2년의 평균 펀드 투자기간은 한번의 시장 사이클에도 못 미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장기투자 기간에 대한 질문에 투자자의 44.3%는 5~7년이라고 응답했고 평균 59.2개월을 장기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 동향을 보면 환매 기간은 1~2년이 39%로 가장 많았으며 평균 20개월 만에 환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투자가 힘든 이유는 투자자들이 성과에만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특정 주식 투자에 성공했다고 하면 솔깃해지는 것처럼 시장이 우호적일 때 더욱 유혹을 느끼게 된다. 성과만을 추종하는 것은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5~2008년 이머징마켓 투자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펀드 수익률이 높아질 때 자금 유입이 증가해 고점에서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심화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투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행에 민감하기보다 투자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장기 · 분산 투자 필수

주식시장의 침체는 길고 고통스러울 수 있어 시점을 나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2008~2009년 미국 S&P500지수는 1973~1974년 침체 이후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 경기나 증시에서 상승과 침체라는 사이클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1946년 이후 미 주식시장은 5년마다 한 번꼴로 총 13번 침체기가 있었다. 앞으로 40년을 투자한다면 8번 정도 침체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심해지고 어려움에 처하면 장기 투자 계획이나 전략보다는 안전을 선호한다. 실제 미국에서도 지난해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형에서 환매해 채권형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채권형펀드 순유입자금은 3590억달러로,직전 5년간 유입된 자금을 합친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실패였다. 채권형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은 5.9%에 불과한 반면 주식형펀드는 26%에 달했다.

주식시장의 침체기와 약세장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침체기를 견딜 수 있는 투자전략을 가진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기회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0여년간 미 증시의 평균 수익률은 10%지만 평균 정도인 8~12%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불과 5번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큰 폭으로 올랐거나 큰 폭으로 떨어진 경우다. 증시 변동성은 기본 속성이며 늘 평균보다 높거나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서 장기 · 분산 투자해야만 변동성을 헤쳐나가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워런 버핏은 "시장이 탐욕을 가질 때 두려움을 느끼고,시장이 공포를 느낄 때 탐욕을 가져라"고 말했다.

◆주식은 자산 축적으로 좋은 방안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는 투자 위험을 낮추면서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실질 수익을 제공해 퇴직 후 현금흐름과 자산가치를 보전해 줄 수 있다. 원금 손실을 두려워 해 채권형펀드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상승하는 물가를 따라잡기 힘들며 자산가치 하락도 막을 수 없다.

주식에 대한 투자는 금융시장에서 장기간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1925년 미국 주식에 투자한 1만달러는 작년 2461만달러로 불어나 채권을 포함한 어떤 투자 자산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80년 이상 투자하는 사람도 드물고 이 기간 투자한다는 것도 사실상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대한 분산된 포트폴리오 구축의 필요성은 반드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힘들고 때때로 고통스럽다. 주식 채권 현금 등 자산배분은 성공 투자의 핵심 요소이다. 투자 성과의 90% 이상은 자산배분에 의해 좌우되며 종목 선택의 영향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있는 자산시장에 대한 탄력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감정은 투자 성공에 가장 큰 장애 요소라는 인식을 갖고 고통스러운 시장의 하락도 투자 시장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에 맞춰 장기적인 재무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michael.chin@ubs-ha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