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제조사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뭘까. 월드컵 때마다 새로운 TV와 방송 기술이 나오는 등 TV 발전의 역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월드컵 TV 중계의 출발점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당시 스코틀랜드와 우루과이의 맞대결을 유러비전으로 방송한 것이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은 TV 중계사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위성 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경기 영상을 전달했고 주요 경기 장면을 다시 돌려보는 '슬로 비디오' 기술도 도입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부터 시작된 컬러TV 중계 덕분에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위성 중계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국제축구연맹(FIFA)은 1970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중계권료'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1966년 LG전자가 처음 흑백 TV를 내놓으며 월드컵 시청자 수를 대폭 늘렸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부터는 컬러 중계를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열린 2002 한 · 일월드컵 때는 고화질(HD) 방송이 등장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프로젝션 TV를 LCD(액정표시장치) TV로 바꾸는 열풍이 불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의 화두는 3D다. FIFA는 남아공월드컵 전체 64경기 중 25경기를 3D로 중계할 예정이다. 개최국 남아공과 멕시코의 개막전을 3D로 중계했고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각각 펼치는 우리 대표팀의 예선 경기도 3D로 내보내기로 했다. 각국의 방송사 및 월드컵 후원사들은 극장 공원 등에서 3D 스크린을 이용해 스포츠 스타들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벤트를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3D 중계가 도입된 남아공월드컵부터는 길거리 · 영화관 응원 등 스포츠 관람 문화도 3D로 진화하고 있다"며 "3D 중계는 방송사나 TV 제조사들의 스포츠 마케팅 기회와 이익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