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3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팀과 FIFA 랭킹 17위의 멕시코 대표팀의 싸움은 객관적인 전력만 따져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될 만했다.

하지만 남아공 대표팀에는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명장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파레이라(67) 감독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파레이라 감독이 이끄는 남아공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치러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의 파상 공세를 튼튼한 조직력을 막아내면서 역습의 기회를 제대로 살려낸 골 결정력을 앞세워 1-1을 기록, 월드컵 개최국의 첫 경기 불패 신화의 전통을 이어 갔다.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4강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떠오를 정도로 파레이라 감독은 이날 멕시코를 맞아 조직력과 체력을 앞세워 멕시코의 공세를 막아냈다.

역대 월드컵 2회 출전에 그쳤던 남아공과 14차례나 본선에 오르고 그중 두 차례는 8강까지 올랐던 전통의 강호 멕시코의 맞대결은 남아공에 있어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전반적인 주도권은 6대4 정도로 멕시코가 경기를 지배했지만 남아공은 제대로 조직된 포백(4-back) 라인과 미드필드에서 좌우로 내주는 정확한 패스 능력을 앞세워 위협적인 역습 상황을 만들어 냈다.

특히 남아공은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멕시코의 좌우 미드필더가 수비에 가담하기 직전 기막힌 공간 패스를 통해 시피웨 차발랄라(카이저 치프스)가 선제골을 만들면서 경기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꿨다.

비록 후반 막판 멕시코의 수비수 라파엘 마르케스(바르셀로나)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경기 종료 직전 역습으로 또 한 번의 골 기회를 만드는 등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경기의 흐름은 멕시코가 장악했지만 골결정력이 떨어지면서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며 "남아공은 밀리는 가운데서도 수비 조직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거기에 선제골을 넣고 나서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탔다"고 분석했다.

그는 "멕시코는 히오바니 도스 산토스와 카를로스 벨라 등 측면 요원은 좋지만 원톱 스트라이커의 결정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었다"며 "이 때문에 노장인 콰우테모크 블랑코까지 최종엔트리에 합류시키는 고육지책을 썼음에도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특히 "베스트 11에 나선 선수 가운데 국내파가 8명이었다.

멕시코(해외파 7명)와 비교하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며 "그럼에도 파레이라 감독은 그동안 계속되온 해외 전지훈련과 특급 공격수 베니 맥카시를 탈락시키는 과감성을 앞세워 자신의 축구 색깔을 담은 팀을 제대로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날 멕시코와 무승부를 만들어낸 남아공 대표팀의 결과에 대해 '파레이라 매직'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파레이라 감독이 남아공 대표팀을 맡고 나서 이날 경기까지 13경기 무패행진을 펼쳤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종료 직전 카틀레고 음펠라의 슛이 골대를 맞으면서 승리를 아깝게 놓쳤다"며 "개막전에서 이변을 일으킬 뻔했다"고 전했다.

또 로이터 통신은 "남아공 대표팀이 8만5천명의 관중 앞에서 열정과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잊을 수 없는 날이다"고 파레이라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