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경기회복에 대한 실망감에 장 막판에 하락으로 마감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9일(현지시간) 전날보다 40.73포인트(0.41%) 내린 9899.25를 기록했다. S&P500지수도 6.31포인트(0.59%) 하락한 1055.69를 나타냈고, 나스닥 지수는 11.72포인트(0.54%) 내린 2158.85로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상승으로 출발해 다우지수가 한 때 1만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것과 중국의 수출 급증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오후에 연방준비제도가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경제회복이 '완만한 수준'이라고 밝히자 상승폭이 축소되더니 끝내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경기 회복 속도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오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리 없다"고 발언했다. 또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해 투자심리를 키웠다.

로이터가 보도한 중국의 수출 급증도 장 초반 증시 상승을 도왔다. 로이터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지난 5월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5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0% 증가를 뛰어넘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 급증 소식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오후에 발표된 베이지북은 경기가 완만한 속도로 회복 중이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을 내놨다.

베이지북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발표하는 미국 경제동향종합보고서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하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경제전문가들의 의견과 각 지역경제를 조사, 분석한 것이다.

베이지북은 "비록 많은 분야에서 성장속도는 '완만'(modest)하지만 경제 활동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로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15.75% 급락해 주가가 1996년 이래 최처치를 기록했다. BP관계자는 사태를 해결할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델타에어라인과 콘티넨탈에어라인은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가 목표 주가를 상향조정하자 각각 1.29%, 2.73% 올랐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전날보다 2.39달러(3.3%) 상승한 배럴당 74.38달러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