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 공항으로 5년 연속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대한민국이 점점 '친절한 공화국'이 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친절한 MK택시'로 유명한 유태식 일본 MK그룹 부회장(72)이 1년여 만에 한국을 찾았다. 유 부회장은 지난 9일 김포공항 입국 직후 아시아나 라운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눈에 띄게 달라지는 공항 서비스를 칭찬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유 부회장은 3박4일 동안 '친절이 돈이다'라는 주제로 무역협회와 서강대,한국외대 등에서 강연한 뒤 12일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유 부회장은 형(유봉식 회장)과 함께 1960년 일본 교토에서 차 10대로 택시사업을 시작해 인사 안 하면 운임 안 받기,단정한 유니폼 착용하기,장애인 우선 태우기,자발적 요금 인하 등의 혁신적 서비스로 일본의 택시업계 풍토를 바꾼 참 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MK택시는 다른 회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월 평균 2억7000만엔의 흑자를 내고 있고,교세라와 함께 교토 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해마다 5000명 넘는 한국인이 이 회사의 '친절 경영'을 배우기 위해 교토를 찾는다.

유 부회장은 MK택시의 기본 전략이 '박리다매(하쿠리다바야)'라며 "가격도 친절,기술,청결 등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MK택시는 친절하면서도 값이 싼 택시다. 현재 교토의 다른 택시회사들은 단위당 600엔 안팎을 받지만 MK택시는 500엔씩 받고 있다.

그는 "조금 더 싸게 받고 친절하면 무슨 장사든지 손님들이 다음에 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10여년 전 정부와 소송까지 벌여가며 가격 규제를 철폐했고 저가 정책을 일관되게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친절 정신'을 익히도록 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승객들에게 인사를 못 하겠다며 그만두는 기사도 많았고 일본 최초로 장애인에게 요금을 10% 할인해줄 때도 "수입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기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는 "기사들은 처음에 '경영자는 우리를 착취하는 나쁜 놈'이라는 노조 교육에 세뇌돼 아침마다 내가 인사를 해도 받지 않았다"며 "포기하지 않고 한 달,넉 달,1년 넘게 반복했더니 10년 후에는 전 직원이 마음을 열고 서로 인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부회장은 "친절 경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솔선수범"이라며 "지금도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CEO가 참석해서 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그렇지 않으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MK택시는 사실 아무 뜻이 없는 이름인데,언젠가부터 일본 사람들이 mind(마음)와 kind(친절)의 앞글자를 딴 것이 아니냐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라는 뜻을 붙이기 시작했다"며 "열심히 일하면 고객들은 좋게 해석해 준다. 또 그렇게 해석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고 덧붙였다.

MK그룹은 택시회사로만 잘 알려져 있지만 유 부회장은 현재 8년 전 인수한 긴키(近畿)산업신용조합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택시뿐만 아니라 금융사,주유소,식당 등 MK그룹 모든 사업의 밑바탕이 되는 정신은 '친절'뿐"이라며 "우리가 돈을 빌려주는 입장이지만 손님은 무조건 왕이고 신(神)이라고 직원들에게 교육한다"고 강조했다.

"리먼브러더스 쇼크 때 다른 은행들은 돈줄을 조이느라 몇 십년된 고객에게도 신규 대출을 모두 중단했습니다. 우리는 '사장이 열심히 하는 회사라면 담보 없이도 빌려준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계속 대출을 해 줬습니다. 이게 소문 나면서 장사가 잘됐지요. "

그 결과 금융위기로 일본 금융사들이 휘청이던 와중에도 긴키는 32억엔의 흑자를 냈고 올해 목표치는 36억엔까지 늘려 잡았다. 수신액도 8년 전 인수 당시 4000억엔에서 현재 7000억엔까지 불어났으며,이를 1조엔까지 늘려 보통은행(일반은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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