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에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이 선출됐다. 한나라당은 7일 국회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고 박 의원을 투표 없이 의장 후보로 결정했다. 경선에 나선 4선의 이윤성 의원이 막판에 사퇴함에 따라 단수 후보로 확정됐다.

박 의원은 제13대부터 17대 총선까지 경남 남해,하동에서 다섯 번 내리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에서 이겨 6선으로 18대에 들어왔다. 검사장,법무부 장관,법사위원장,당 대변인,국회 부의장,당 대표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박 의원은 평소 "국회의장으로 명예롭게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박 의원은 이날 "지금 우리 국회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며 "제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입법의 장이 될 뿐 아니라 모든 문제점을 국회 안에서 해결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국민이 국회를 신뢰하게 해야 한다"며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이 길을 찾아간다'는 중국 고사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지혜를 발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몫의 국회 부의장 후보에는 4선의 정의화 의원(부산 중 · 동구)이 선출됐다. 그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인 97표를 얻어 박종근 이해봉 의원을 큰 차로 누르고 뽑혔다.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인 정 의원은 "저는 단호할 때는 굉장히 단호하다"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의원과 정 의원 모두 화합을 중시하는 온건파라 일각에서는 "매일 싸우기만 했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평화를 기대해도 되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몫의 국회 부의장 후보에는 3선의 홍재형 의원(충북 청주 상당구)이 결정됐다. 홍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2표를 얻어 2위 박상천 후보(30표)와 두 표 차로 1위가 된 뒤,2차 투표에서 박 후보와 같은 표(39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짓는 이변을 연출했다. 득표 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 순으로 하는 원칙이 있지만 두 후보가 1939년생으로 나이까지 같아 결국 3월생인 홍 후보가 10월생인 박 후보를 누르고 부의장 후보가 된 것이다. 홍 의원은 "야당 지도부의 뜻이 국회 의장단에 무겁게 받아들여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국회 의장 · 부의장 후보는 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공식 선출돼 하반기 국회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민주당 연찬회에선 의원들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반려키로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