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사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헝가리 재정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를 집어삼킨 뒤 동유럽을 휘감을 태세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다음 차례로 체코를 지목하고 있다. '도대체 유럽 국가 중 안전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자조 섞인 탄식까지 나올 정도다.

7일 아시아 · 태평양 금융시장에서 한국은 물론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각국의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호주달러 가치는 이날 3.4% 떨어져 아 · 태 지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원화 가치도 2.8% 떨어졌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가치도 1.7% 하락했다.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통화 가치는 각각 0.7~0.9% 하락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남유럽과 동유럽 등지의 재정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커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제 회복 속도가 빨랐던 한국과 호주의 통화 가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라고 한은 관계자는 전했다. 유럽발 위기가 가라앉지 않는 한 원화 환율의 고공행진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 및 유로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엔 · 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한 오후 3시 현재 1.42엔 하락(엔화 가치 상승)한 91.27엔을 기록했다. 엔 · 유로 환율은 같은 시간 4.22엔 내린 108.82엔을 나타냈다.

엔화 약세론자인 간 나오토 총리 체제가 들어섰으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어져 엔화가 강세로 기울었다. 한 외환 딜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엔화를 빌려 외국에 투자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며 "세계 경제가 불안할수록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늘어 엔화가 강세를 나타낸다"고 풀이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