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업의 목표를 이윤 창출에서 창조적 서비스로 바꿔야 합니다. 기업은 고객이 상상도 못했던 창조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키고,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이윤입니다. "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최근 한국표준협회가 주최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기업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최근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키워드는 '창조적 서비스'입니다. 학교 다닐 때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라고 배웠고,그동안 비판없이 받아들이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다시 생각해보니 기업이 앞으로 이윤만 추구해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 9년 동안 급성장했던 메가스터디가 최근 주춤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매출 2400억원,영업이익 900억원을 올렸는데 올해는 매출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는 공교육 강화,교육방송에서 수능 출제 등으로 사교육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년 전 '새로운 혁신의 시대'란 책을 읽었는데,'오늘날의 기업 서비스는 소비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굿이어가 미국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타이어도 잘만들지만 창조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어 공급 장기계약을 맺은 트럭회사에 기사들의 운전성향을 분석,타이어 교체기간을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사교육시장이 10년 뒤에는 몰락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재수생 시장도 급격하게 줄 것이기 때문에 메가스터디도 창조적 서비스를 많이 고민해 왔습니다. 고민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차별화할 것인가 입니다.

먼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편,학생 개인 성적과 진도에 맞게 개별화된 화면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의 창조적 서비스는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팀플'입니다. 학생의 성적 향상을 위해 회사와 선생님이 함께 노력하자는 '팀플레이'를 의미하는데,반응이 폭발적입니다.

결과만을 알려주는 식의 성적 공개는 매우 불합리합니다. 우수한 학생을 데려다 교육하는 강남과 시골 학생의 성적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교 입학 때의 성적과 졸업 때의 성적 향상도를 보여주는 '과정평가'를 해야 각 학교의 정확한 교육 수준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메가스터디는 과정평가 방식을 적용키로 했습니다. 1년 중 세 차례 치러지는 평가성적을 언론에 전면 공개해 성적의 향상과정을 보여주겠다는 것입니다. 회사 임원진과 선생님들은 리스크가 크다며 모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1위 업체가 안주하면 몰락한다"며 "도전해야 창조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이 성적 공개를 꺼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강력한 보상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목표하는 대학에 합격하면 학원 수험료 600만원 중 400만원을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최상위권 대학 입학생에겐 1000만원까지 돌려줍니다. 회사에는 엄청난 적자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제도 실시 후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목표 대학 입학 장학금뿐만 아니라 생활태도가 좋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1.5배까지 주기로 했는데,이 제도 실시 후 지각률이 10%에서 0.1%로 떨어졌습니다. 모의고사 성적도 150% 이상 향상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우리가 지급해야 할 장학금이 두 배(100억원)로 늘게 됩니다. 회사 순이익률은 뚝 떨어질 것입니다. 당장 회사 기획실에서 내년부터 장학금 상한선을 정하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대입시험에서 좋은 점수가 나오면 크게 만족할텐데,학원에서 장학금까지 받으면 고객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우리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는 10배,100배 올라갈 것"이라며 "장학금이 많이 나갈수록 대성공"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상상도 못했던 창조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키고,창조적 서비스의 대가로 자연스럽게 얻는 게 이윤이라고.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