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씨(25)는 매주 수요일 저녁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을 찾는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의 재계 오너 2세 교육프로그램인 '4T 차세대 경영 리더 과정'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 윤형덕 웅진코웨이 차장(33)과 차남 윤새봄 웅진씽크빅 과장(31),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차남 강호철 투핸즈미디어 대표(28) 등이 동기생이다.

김영대 대성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신한 대성산업가스 전무(35)와 그의 사촌동생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이사(김영민 회장의 장남)는 매달 첫째,셋째 금요일 서울 장충동 1가 세계경영연구원(IGM)에서 만난다. 이 연구원의 경영 승계 교육 과정인 'MMP yes' 강의장에서다. 김영준 성신양회 회장의 장남인 김태현 성신양회 부사장(35)과 차남 김석현 부장 (32)형제도 자리를 같이한다.

기업인 교육 하면 오너나 임원,간부 사원 등을 중심으로 한 '최고경영자 과정'이 주류였으나,요즘엔 20~30대 오너 2세를 대상으로 한 경영승계 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능률협회(KMA),IGM,전경련 국제경영원(IMI),aSSIST,중소기업인력개발원 등 경영 교육 기관들이 앞다퉈 관련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2세들에게 훌륭한 기업 경영자가 되는 길을 이론 학습과 현장 체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제왕학'인 셈이다.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끼리 끈끈한 네트워킹 장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국가관을 길러주기 위해 공군작전사령부나 공군비행단을 방문하고,노인 요양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체험 학습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세계경영연구원의 'MMP yes'는 국내 경영 승계 교육 과정의 원조격으로 2008년 1월 개설됐다. 이 과정은 졸업 없이 계속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22명의 원우들 중 대부분이 3년째 적을 두고 있다. 충원은 기존 원우의 추천과 심사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성공한 기업인들을 벤치마커로 엮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잘돼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박용만 ㈜두산 회장과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등이 멘토를 맡아왔다. 대성산업 서울도시가스 성신양회 등의 2세 경영인과 함께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상무(33),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녀 윤현경 동화약품 차장,박재복 진주햄 사장의 차남 박경진 진주햄 부사장 등이 원우 리스트에 올라 있다.

한국능률협회는 지난해부터 '퓨처 CEO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4개월 과정으로 주1회 W호텔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강생에게는 KMA가 매달 주최하는 조찬강연회 1년간 무료 참가 혜택 등을 준다. 3기 과정이 진행 중이며 지난 1 · 2기엔 김영대 회장의 장남 김정한 대성산업 부사장(38)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아들 천세전 대표 등이 수강했다.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은 지난 4월 '소호 경영능력 강화과정'을 열었다.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상담역,김담 경방타임스퀘어 대표 등 기업 실무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강사로 집중 배치했다. 마니커 회계팀의 한민수씨(한형석 회장의 장남 · 29)는 "강좌를 들으면서 기업을 제대로 물려받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며 "오너 2세들끼리 고민을 털어놓고 선배들의 충고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고객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 각 지점에서 추천한 우량 중견 · 중소기업인 자녀들을 상대로 지난해부터 'MIP'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성홀딩스 계룡건설 백산 크레송 블랙야크 등의 2세들이 과정을 수료했다. 이 밖에 중소기업인 2세들에게 경영 승계와 관련된 실무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의 'KBIZ 뉴리더' 과정 등이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