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 언급으로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재차 확산되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7일 화학업종 관련주들은 낙폭을 줄이며 선방했다.

특히 휴켐스 등 일부 화학주들은 남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가 겹치면서 폭락했던 최근 조정폭을 모두 만회하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화학주 등 기존 주도주가 '방어주' 역할 해냈다"

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7% 내린 1637.97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장중 한때 3%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장막판 기관투자자의 '사자'가 몰리면서 낙폭을 줄였다.

이날 증시는 주도업종인 IT(정보기술), 자동차, 화학업종이 '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단기반등을 주도한 은행, 증권 등 금융업종이 2~3% 가량 하락한데 비해 전기전자(-1.01%) 운수장비(-0.82%) 화학(-1.20%) 등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금의 조정이 경기둔화에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핵심 주도주인 IT, 자동차, 화학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대외변수로 인해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펀더멘털(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무너진 게 아니어서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미국의 금융위기 당시에는 기업들의 이익 감소와 위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지만, 현재의 위기가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은 이익이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오 팀장은 "주가는 이익(E)과 위험(R)의 함수관계이며, 현 급락세는 위험 증가의 산물이다"라며 "반면 이익의 성장은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조정 국면에서 대표적인 경기방어주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며 "지금의 조정이 경기 둔화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도주가 '최선의 방어주'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 아모레퍼시픽 휴켐스 등 '두각'

이날은 주도업종 중에서도 유독 일부 화학 관련주들이 장중 반등, 탄탄한 주가흐름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업종 대장주인 LG화학은 장중 외국계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세가 몰리며 28만9000원(1.05%)까지 올랐고, 아모레퍼시픽(업종내 시가총액 3위)은 2% 가까이 오르며 1년(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코스피200종목인 휴켐스(업종내 24위)는 장막판 4% 이상 뛰며 두각을 나타냈다. 휴켐스는 이날 상승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최근 조정폭을 모두 만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휴켐스는 특히 '저가매수'가 유입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휴켐스는 전 거래일(4일)까지 연초 대비 24% 이상 하락하며 상반기 업황 호조에 따른 화학주 상승랠리에서 소외됐었다는 것.

대우증권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휴켐스가 그간 화학주와 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은 이익증가 모멘텀(동력)에 대한 우려와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에 다른 오버행(물량부담) 이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악재들이 증자완료와 함께 모두 주가에 반영,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돋보이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휴켐스 급등 이유는 따로 있다?…대규모 증자대금 향방에 '관심'

대우증권은 앞으로 휴켐스가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지 여부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자금이 새로운 성장 프로젝트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확보로 설비투자 가능성이나 성장성이 부각된 상황"이라며 "현재 휴켐스 측은 여러가지 투자계획을 검토 중에 있으며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응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휴켐스의 증자 목적은 공식적으로 회사 운영자금 확보였지만,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구심이 든다"고 귀띔했다.

박건태 유화증권 연구원도 "휴켐스는 원래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설비투자와 설비 생산에 기존 보유 현금을 동원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3월 유상증자를 결의한 뒤 인수합병(M&A)을 통해 연관사업을 추가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켐스는 최근 기존 발행주식수의 20%에 해당하는 신주(426만주)를 발행해 894억원 가량의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증자는 구주주들에게 먼저 배정한 뒤 남은 실권주를 일반에 공모했다. 물론 사실상 최대주주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증자에 참여, 보유주식을 75만주 더 확보해 지분을 기존 16.29%에서 16.52%로 늘렸다.

박 회장의 특수관계인(태광실업, 정산개발, 신정화, 박주환)들을 포함하면 총 지분은 36.58%에 이른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