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구의 넛지 골프] 스윙폼 바꾸는 건 우즈도 어렵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실력을 향상하고 싶을 때 스윙을 바꾸려고 시도한다. '실력 향상=스윙 교정'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스윙을 바꾸는 것은 골프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로들조차 쉽지 않다. 때로는 스윙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스윙을 바꾸지 않고 실력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의 스윙으로 골프 실력을 키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자주 가는 식당을 생각해보자.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에는 이날의 '추천 메뉴'라는 것이 등장한다. 입구에서부터 '추천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 식당 안에도 '추천 메뉴'란 글귀가 큼지막하게 벽에 붙어 있다. 그 때문인지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추천 메뉴'를 먹는다.

식당에서는 왜 추천 메뉴를 정했을까.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점심시간에 몰아닥친 손님들이 제각기 다른 메뉴를 주문한다고 상상해보라.제한된 인원으로 많은 손님을 맞는 주인은 '추천 메뉴'를 선정하는 '부드러운 개입(넛지)'으로 거의 단일메뉴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인은 또 메뉴의 순서나 가격을 바꾼다든지,특정 메뉴의 음식 가짓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손님들의 선택을 이끌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첫 페이지에 실시간 검색어라든지,눈에 띄는 블로그 포스팅이나 기사를 배치해 클릭 수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의 효용 가치를 끌어내기 위한 '개입'을 골프에도 적용할 수 있다. 평소 연습장에 갈 시간이 없는 골퍼라면 골프장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새로운 샷을 시도한다거나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코스 공략에 섣불리 나서면 백전백패다.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의 우선 순위를 달리해보라.메뉴의 순서를 바꾸듯이.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안전한 코스 공략'이라는 메뉴를 제일 앞에 내세우는 식이다. 드라이버샷이 좋지 않을 때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식으로 그날의 '추천 메뉴'를 정하고 라운드를 해보자.

골프에서는 작은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스윙을 바꾸는 큰 변화를 거쳐야만 실력이 향상된다는 생각은 버리자.현재의 능력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주 당신의 '추천 메뉴'는 무엇인가.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 골프팀 차장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