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수도 도하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캠퍼스에서는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조지타운대 외교학과,코넬대 의과대학의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다. 중동 한가운데 '아이비 리그'가 생긴 것이다. 독립된 캠퍼스를 마련하고 학사 관리까지 직접 맡는 각 대학의 '직영' 형태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미국의 주요 대학들이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요르단 등 중동 지역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하에는 카네기멜론대와 코넬대,조지타운대,노스웨스턴대,텍사스 A&M대 등이 있다. UAE의 아부다비에는 오는 9월 문을 여는 뉴욕대와 뉴욕 필름 아카데미,두바이에는 보스턴대 치과대,하버드대 의과대,미시간주립대 등이 자리잡았다. 요르단 암만의 드폴대,이스라엘의 클라크대,바레인의 뉴욕 공과대 등 중동에 진출한 미국 대학은 줄잡아 20개에 이른다.

외국 캠퍼스는 수준도 높아졌다. 공동학위 제도같이 이름만 빌려주던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 학사 운영과 캠퍼스 관리까지 직접 맡는 직영 형태로 발전했다. 중동의 해외 분교는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던 현지 학생들에게 인기다. 수업은 미국에서 건너온 교수들이 영어로 진행하고 졸업장도 본토에서 수여하는 것과 비슷하며 미 대학 특유의 문화도 고스란히 옮겨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대학들의 중동행은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미국 대학으로선 중동이 '황금 시장'이다.
뉴욕대의 경우 기부금 규모 순위가 2001년 27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1위로 뛰어올랐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설명했다. 존 섹턴 뉴욕대 총장은 "중동의 왕족 등 기부자와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매달 중동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주립대들도 이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 입장에서는 선진화된 미 대학 분교를 유치함으로써 교육 인프라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된다. 카타르는 코넬대 의대를 유치하기 위해 11년간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로 정부까지 발벗고 나서는 분위기다. 미국 대학을 영입하면 해당 학교의 연구자원과 자국 산업의 개발을 연계시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학이 해외 캠퍼스에 본교 교수가 아닌 별도 단기 인력을 채용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2006년 UAE에 해외 캠퍼스를 개설했다가 지난해 문을 닫은 조지메이슨대는 영어 연수 프로그램으로 출발했으나 학부생 모집에 실패해 결국 중동 분교를 철수했다. 이 학교는 한국의 송도신도시 진출도 추진 중이다. 뉴욕주립대,노스캐롤라이나대,남가주대,델라웨어대 등도 송도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