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지난 1분기 8%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금융위기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 국제 기구들도 금리 인상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석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환율 불안 등 불확실 요인들이 많아 확장적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7년3개월 만에 최고 성장률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8.1%,전기 대비로는 2.1% 증가했다고 4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02년 4분기(8.1%)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한은이 지난 4월27일 내놓은 속보치(7.8%)보다도 0.3%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실장은 "속보치를 발표할 당시에는 3월 산업활동을 추정했으나 이번엔 실적치를 활용했다"며 "3월 제조업생산과 건설업이 예상보다 더 활발했고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 속보치보다 높게 성장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생산은 전기 대비 4.2%,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했다. 속보치 3.6%(전기 대비),20.0%(전년 동기 대비)를 각각 웃돌았다. 민간 소비는 1년 전보다 6.3%,설비투자는 29.9% 늘어나는 등 생산과 소비,투자가 골고루 늘어나며 경기 회복을 이끌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동기보다 8.9% 증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전기 대비로는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유가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이 작년 4분기 5조4000억원에서 올 1분기 8조1000억원으로 커진 여파다.

정 실장은 "지난 4~5월 중 수출입이 늘어났고 산업생산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2분기에도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상반기 대비 1.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구전략 논란

부산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회의에 참석 중인 호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한국이 강력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목표 범위 내에서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며 인플레 기대심리를 붙들어 두려면 정책금리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 역시 "한국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회복을 뒷받침하는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금리 정상화 과정을 시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HSBC 모건스탠리 등 외국 투자은행들도 한은이 3분기 중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하지만 이날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들을 강조해 대조를 보였다. 재정부는 "우리 경제가 최근 수출과 고용 호조에 힘입어 상승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남유럽 재정위기,천안함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평가에서 상당히 바뀌었다.

재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 당분간 현재의 정책기조를 견지하는 한편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재정건전성 제고 등 경제체질 개선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준동/정종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