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발자국에서 꺼내 놓고 치세요. 최근 규칙이 바뀌었대요. " 라운드하다가 가끔 듣는 말이다. 볼이 벙커에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앞사람이 남긴 발자국에 멈췄다. 그대로 쳐야 할 판인데,오지랖 넓은 캐디가 '규칙 개정' 운운하며 끼어든다. 많은 골퍼들은 '그래!' 하면서 기다렸다는듯이 볼을 옆으로 옮겨놓고 친다. 과연 올바른 처리일까? 그렇지 않다. 규칙이 개정되지 않았다. 발자국에 있는 볼을 그대로 쳐야 한다. 벙커에서는 볼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볼이 페어웨이나 러프에 있을 때에 비해 규칙이 까다롭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볼이 벙커에 들어갔을 경우 벙커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아본다.

◆고무래 사용

첫 벙커샷을 하기 전에는 고무래를 사용할 수 없다. 벙커샷을 하기도 전에 고무래로 모래를 고르면 해저드 상태 테스트로 2벌타가 주어진다. 첫 번째 벙커샷을 실수해 또다시 벙커샷을 해야 할 경우는 다르다. 이 때에는 볼과 관계없는 곳의 모래나 발자국을 고를 수 있다. 단,조건이 있다. 다시 친 볼이 방금 정리한 곳에 떨어질 경우 라이 개선으로 2벌타가 따른다. 따라서 정리한 곳에 볼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을 경우에만 모래를 골라야 한다.

◆발자국에 들어간 볼

억울하지만 그대로 쳐야 한다. 옮기거나 꺼내놓고 치면 2벌타다. 벙커에서 나올 때에는 자신이 만든 자국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벙커샷을 실패해 자신이 만든 발자국에 볼이 멈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만,벙커에서 친 볼이 일단 벙커를 벗어났으나 다시 벙커로 굴러들어 오는 수가 있다. 이 경우 볼이 벙커 밖에 있는 동안엔 발자국을 재빨리 정리해도 된다.

◆클럽 내려놓기

벙커샷을 하려고 샌드웨지와 피칭웨지를 들고 벙커에 들어갔다. 최종적으로 샌드웨지를 쓰기로 결정했다. 이때 피칭웨지는 모래 위에 놓을 수 있다. 고무래나 골프백을 들고 벙커에 들어갔을 경우에도 모래 상태를 테스트하거나 라이를 개선하지 않는 범위에서 모래 위에 둘 수 있다. 다만,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사용하려는 클럽을 어드레스나 백스윙 때 모래에 대면 해저드 상태 테스트로 2벌타를 받는다.

◆모래에 박힌 볼

쇼트 아이언샷이 붕 떠서 떨어지는 바람에 볼이 모래에 박혀버렸다. 이 경우 자신의 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모래를 헤칠 수 있다. (사진) 그 과정에서 볼이 움직이거나 모래를 너무 많이 제거했다면 최대한 원래 상태에 가깝게 복구해두어야 한다. 볼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박혔을 경우엔 벙커에서도 5분까지만 찾을 수 있다. 5분이 지나면 분실구 처리를 해야 한다.

◆나뭇잎과 비닐봉지

벙커에 빠진 볼 옆에 잡동사니가 있다. 이 경우 나뭇잎 · 솔방울 · 돌멩이 · 잔디조각 등 '루스 임페디먼트'(자연물)는 치울 수 없다. 놓인 그대로 쳐야 한다. 반면 병뚜껑 · 담배꽁초 · 비닐봉지 · 고무래 등 인공 장애물은 샷하기 전에 제거할 수 있다. 치우다가 볼이 움직이면 제자리에 갖다놓으면 된다.

◆칠 수 없을 경우엔

볼이 높은 벙커턱 밑이나 고약한 라이에 멈췄다. 한 번에 탈출할 자신이 없다. 이 경우 어려운 샷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1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할 수 있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면 1벌타 후 벙커 내에 드롭하거나 종전에 쳤던 지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