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의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구조조정의 '공포'가 '기대감'으로 바뀌는 듯 했으나, 이내 시장이 냉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구조조정이 업계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호평하던 증권사들도 "아직은 투자할 때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3일 오전 11시 17분 현재 건설주는 보합 수준에서 호조세 양상이다. 삼성엔지니어링(0.46%) 삼성물산(0.19%) 등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현대건설(-0.74%) 대우건설(-0.11%) 현대산업(-0.20%) 대림산업(-0.50%) 등은 약세다.

같은 시각 코스피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1.5%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것과 견줘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건설업종 지수는 '천안함'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에 달했던 지난달 25일 156.24로 저점을 찍은 이후 엿새 만에 8% 가량 올라 170에 육박하고 있다.

올 초부터 줄곧 하락한데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데다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구조조정 이슈가 오히려 긍정적일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건설주가 다소 조정을 받자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구조조정 이슈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다가오는 건설사 신용평가는 구조조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건설주가 추가적으로 반등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건설사의 재무구조 평가가 완료되는 것 이외에도 대출만기 연장 여부와 그간 시행됐던 패스트 트랙(신속자금지원) 프로그램 종료도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오는 8월 대주단 협약 만료도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변 연구원은 "과거 일본의 경우를 보면 건설 경기가 정점을 찍은 이후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국내 역시 마진이 낮은 재건축, 재개발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최저가 사업 비중도 늘고 있어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광숙 삼성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자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장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해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연말로 갈수록 금리인상 압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섣불리 가계 부채를 늘리려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 연구원은 "양도세 감면 연장이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수주 경쟁력 약화 우려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져 유럽 건설사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상승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변성진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원ㆍ달러 환율은 다시 하락할 것이고 원ㆍ유로 환율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경기 둔화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현재 계획된 중동 지역의 프로젝트 발주 지연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