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실시된 지방선거로 '선거 특수'를 누렸던 관련 업종의 반짝 호황도 끝이 났다. 4조원의 돈이 풀린 것으로 추정된 올해 선거에서 해당 업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경제학 이론을 통해 들여다봤다.

◆선거시장에도 사치재가

선거 때마다 특수를 누리는 상품 중에 가장 다양한 가격정책이 구사되는 것은 로고송 시장이다. 보통 곡당 150만~300만원 정도지만 1000만원까지 하는 '프리미엄 마켓'이 존재한다. 2008년 총선에서는 당시 세대에 상관없이 인기를 끌었던 트로트 가요 '땡벌'이 2000만원을 기록한 바 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부른 광고송 '씽씽씽'의 총 사용료가 1000만원에 달했다. 로고송 제작업체인 홍길동로고송 관계자는 "기초의원이나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들은 저렴한 곡을 쓰려 하는 반면,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후보들은 오히려 비싼 곡을 선호한다"며 "곡의 인지도에 비해 사용하는 후보가 적다 보니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사용했던 '무조건'은 2008년 총선을 거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쓰여 로고송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2008년 총선에서 젊은층을 공략했던 슈퍼주니어의 '로꾸꺼'는 노라조의 '슈퍼맨'에 자리를 내줬다.


◆선거판의 게임이론

개별 후보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후보 집단 전체의 비용을 늘리는 '죄수의 딜레마'도 존재한다. 선거에 사용되는 플래카드나 명함 등 홍보물을 효과에 상관없이 경쟁적으로 비싸게 찍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선거에 사용되는 명함은 1000장당 4만~5만원으로 일반 명함(1만~1만5000원)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정책자료집이나 플래카드도 최대한 화려하게 제작하다 보니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사실 명함을 더 비싸게 찍는다고 그만큼 홍보효과가 높아지는지는 의문"이라며 "후보들끼리 '신사협정'을 맺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에서는 홍보물을 둘러싼 출마자들의 경쟁이 낙선운동을 불러온 사례도 있었다. 후보들이 보다 품질 좋은 홍보물 제작을 위해 서울과 경기권에서 명함과 플래카드를 조달하면서 지역 업체들이 '지역 인쇄업체 외면하는 출마자에게 표를 주지 맙시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것.대전에서 교육의원에 출마한 A씨는 "하루에 8번 선거를 하다 보니 교육의원은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돌리는 명함이 사실상 유일한 홍보 방법이다 보니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하경제

후보와 함께 일선에서 움직이는 선거운동원들의 일정 부분은 지하경제에서 조달된다. 선거운동원에 대한 후보들의 수요는 절실한 반면 유급 선거운동원은 시의원 10명,구의원 5명 등으로 합법적인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지하경제를 통해 조달되는 재화의 특성상 일당도 3만~5만원으로 비싼 편으로,올해는 일당이 7만원까지 치솟은 지역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기초의원 후보 측 관계자는 "잘못하면 낙선 사유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야 하는 등 선거운동원 조달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권 밖의 시장인 만큼 선거운동원들도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봉사자로 일했던 대학생 B씨는 "6일을 일하고도 수당은 3일밖에 받지 못했다"며 "애초에 돈 받는 게 불법이라 어디 고발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