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 중개업체인 L사의 사주 조모씨는 2006년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금융권을 기웃거렸다. 당시 금융사들은 회원권 시세 상승으로 관련 투자가 늘자 경쟁적으로 회원권 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L사는 담보로 맡길 회원권이 없었다. 조씨는 궁여지책으로 금융이자 상당의 수수료를 내고 다른 회원권 거래소로부터 회원권을 빌렸다. 이를 담보로 대출받은 후 질권 설정이 되는 30일이 지나기 전 또 다른 거래소로부터 회원권을 빌려 '돌려막기'를 하는 방법으로 대출을 이어갔다. 그러나 수수료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조씨는 아예 회원권 위조에 나섰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위조 회원권을 담보로 금융사로부터 대출받은 혐의(사기 등)로 조씨와 L사 사장 권모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위조에 가담한 L사 직원과 대출관리를 소홀히 한 K저축은행 직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이용해 회원권 기본 서식과 법인 인감을 그대로 베꼈다. 여기에 가상의 회원 이름과 회원 번호를 입력한 후 컬러 프린터로 출력해 실제와 거의 똑같은 회원권을 만들었다.

회원권당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가량의 고가였지만 K저축은행은 진위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조씨 등이 불법으로 빌린 돈은 무려 80억원에 달했다.

성남지청 관계자는 "골프장에 확인 전화만 한통 했다면 '그런 회원 없다'고 당장 알려줬을 것"이라며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사의 허술한 대출관리가 거액의 대출비리를 낳았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