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외 악재에도 수출·수입 급증…실물경기 확장 이끌어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에도 수출이 쾌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둘 다 급증세를 보여 경제가 본격적인 '확대 재생산'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데다 중국의 긴축 가능성은 부담 요인이다.

◆'불황형 흑자' 탈피

지식경제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 · 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9% 증가한 394억9000만달러,수입은 50.0% 증가한 351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흑자는 43억7000만달러로 2개월 연속 4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1~5월 무역흑자 누적액은 118억7000만달러로 정부의 올해 목표(200억달러) 달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불황형 흑자'가 끝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흑자는 405억달러로 사상 최대였지만 체감 경기는 썩 좋지 않았다. 수출이 전년 대비 13.9% 줄었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흑자 규모가 커진 것은 수입이 더 큰 폭(25.8%)으로 줄어든 덕분이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과 수입이 동반 급증하고 있다. 5월뿐만 아니라 1~4월에도 수출과 수입이 매달 30~40%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한국 경제가 축소 지향적인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 확대 지향적인 호황형 흑자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에도 늘어난 수출

수출 증가세는 '기대 이상'이란 평가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초 2분기에 수출이 29%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는 훨씬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는 무엇보다 세계 경기 회복의 영향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4.6%로 높였다.

지난달 품목별 수출 증가율을 보면 자동차 부품(87.3%),반도체(81.0%),가전(62.6%),액정디바이스(36.8%),선박(15.2%) 등 거의 모든 주력 제품들이 선전했다. 특히 지난해 평균 1275원이던 원 · 달러 환율이 올해 1~5월에는 평균 1142원으로 10%가량 떨어진 가운데 이뤄진 증가세란 점이 돋보였다.

수입 증가도 나쁘게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내수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는 데다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품 제조에 필요한 자본재 수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 지난달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36.4%였다.

◆수출이 실물경제 회복 견인

수출이 내수소비 등 실물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서비스업생산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째 증가했다. 소매판매도 작년 5월 이후 12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이다. 국내 경기가 수출주도형 선순환 구조로 진입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꺾인 데다 남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 하반기 경기가 생각보다 잘 안 풀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이 경기의 정점(頂點)일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용석/정종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