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계열의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와 물류업 신규 진출을 추진 중인 삼성SDS가 인력 스카우트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물류업 진출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최근 삼성SDS와 이 회사로 이직하기로 한 자사 직원 A씨를 상대로 전업금지 및 영업비밀침해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A씨는 범한판토스에서 LG전자의 미국 내 물류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범한판토스는 신청서에서 "A씨가 실무자로 일하면서 취득한 노하우가 경쟁사인 삼성SDS에 유용한 정보이고,중요한 영업 비밀들도 다수 유출했다"며 "삼성SDS의 북미 · 유럽 지역의 물류 관련 업무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SDS가 최근 물류사업 진출을 시도하면서 헤드헌터를 동원해 A씨뿐만 아니라 다른 자사 직원들에 대한 영입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범한판토스는 LG그룹 방계 회사로 LG전자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대주주인 구본호씨는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구정회씨의 손자다.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6촌간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업계에서 직원 이직을 둘러싸고 법적 다툼이 벌어진 건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삼성의 물류업 진출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범한판토스 측은 "주요 고객사인 LG전자 관련 정보가 LG전자 경쟁사인 삼성 측에 노출될 위험 때문에 가처분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물류사업 진출을 위해 인력 스카우트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물류사업을 전담해온 김형태 전무를 영입했고,지난 4월 경력 직원 공채에서는 물류 분야 종사자를 대거 뽑았다. 또 물류회사 인수 · 합병(M&A)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S는 "A씨는 경력직원 공채에 스스로 지원한 사람으로 인력 영입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또 "물류 관련 IT서비스를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담당 조직을 정비하고 있긴 하지만 그룹과는 무관한 자체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조귀동/이현일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