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 '작별'을 고하는 공식적인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CICC 주주변동 계획서가 제출되면서 7월 말까지는 모건스탠리가 보유 지분(34.3%)을 미국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안이 최종 승인을 얻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모건스탠리가 1995년 중국 건설은행과 합작해 세운 CICC는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지난해 34.4% 비중을 차지한 잘나가는 투자은행이다. 모건스탠리가 그런 CICC에서 발을 빼겠다고 나선 이유는 뭘까. 더욱이 2007년 말 CICC 지분을 매물로 내놓았는데 이제서야 지분 매각의 가닥이 잡힌 까닭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다보면 다국적 기업이 중국 비즈니스에서 부닥치는 '합작의 덫'을 발견하게 된다.

모건스탠리는 초기 5년간 CICC의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임명했지만 조직 장악에는 실패했다. 중국인 직원들 대부분이 모건스탠리 인사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중국 직원들은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해줄 '멘토'를 원했지만 모건스탠리가 중국인 직원들을 무시하자 나온 결과였다. (제임스 맥그레고의 저서 '10억의 소비자') 중국은 CICC를 모건스탠리와도 어깨를 겨룰 수 있는 투자은행으로 키우고 싶어했지만 모건스탠리 측은 자회사로 두려고 했다. 합작의 최대 리스크인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있었던 것이다. CICC는 차이나텔레콤과 페트로차이나의 상장을 주선하면서 모건스탠리를 제쳐두고 경쟁사인 골드만삭스와 손잡기까지 했다.

1998년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가 CICC에 오면서 중국 측의 CICC 장악력은 높아졌고 2000년 모건스탠리는 CEO 임명권을 포기했다. 이후 배당만 챙겨온 모건스탠리는 중국에서 제대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CICC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외국 기업은 중국 투자은행 두 곳 이상에 지분을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윈라이가 CICC를 장악한 이후 20% 지분의 유령주(실제 발행하지 않고 서류로만 약속한 의결권 없는 주식)가 발행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지분 매입 희망 기업들이 유령주를 감안하면 모건스탠리 지분은 27%로 희석될 것이라며 당초 제시된 가격보다 40% 깎아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런 상황에 중국 측은 좋은 실적을 낸 경영진을 위해 유령주 지분을 더 높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가 갖고 있는 지분도 의결권이 없어 유령주에 반대할 권리가 없었다. 지분 매각이 2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이유다. "중국은 혼자 진출했을 때 매력적인 시장"(미 법률자문회사 해리스앤드무어의 댄 해리스 변호사)이지만 합작이 불가피할 때는 △공유할 비전이 있어야 하고△태자당(당 · 정 간부 자제)에 의존하지 말고 △인사 담당자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