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은 글로벌 기업들을 유인하는 핵심 요소다.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높다. 물론 한국 정부도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고 실제 이를 추진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마련한 2008년 세제개편안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경기 회복을 위한 중점 과제로 감세를 내세웠다. 감세는 'MB노믹스'(이명박정부의 경제철학)의 핵심이다. 세금을 낮춰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임으로써 외자를 적극 유치하고 경기를 부양시키자는 취지였다. 경기가 좋아질 경우 기업 이익이 늘어 결과적으로 세수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5%에 달하는 법인세율을 2단계에 걸쳐 20%까지 낮추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2009년에 22%로 인하한 데 이어 2010년에 추가로 2%포인트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세제개편안은 국회에서도 통과돼 2009년 22%로 낮아진 세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2단계 감세안의 기조가 흐트러졌다. 법인세를 낮추는 것은 대표적인 '부자 감세'라는 게 당시 야당의 공격이었다. 결국 작년 12월 말 국회에서 법인세 2단계 감세(22%→20%)라는 원안은 폐기되고 대신 2년간 유예하자는 쪽으로 여야 간 절충이 이뤄졌다. 따라서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는 것은 일러도 2012년에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2년 법인세율 인하 시행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가려면 '2011년 세제개편안'에 반영돼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지만 야당이 그때 가서도 쉽게 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관가의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하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 투자를 저울질하는 해외 기업들에도 일종의 약속이나 다름없다"며 "이를 어기는 것은 국가 신뢰도에도 흠집을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이 법인세율을 17%로 낮추는 것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들은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전반적인 인프라 수준을 보긴 하지만 대만의 산업 발전 속도가 한국과 비슷한 만큼 법인세율이 5%포인트나 차이 날 경우 아시아 신규 진출을 저울질하는 기업들은 대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