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을 불법으로 전매한 매도인은 형사적으로 책임이 있지만 매수인은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경기 광교 등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를 소유권이전등기 전에,혹은 분양권 전매금지 기간(취득 후 5년)이 지나기 전에 각각 분양권을 전매한 혐의(주택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씨(38) 등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주택법에 규정돼 있는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전매한 자'는 매도인만을 의미하지 매수인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 주택법은 불법 전매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매수자까지 처벌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과 원심판결이 법리 해석상 잘못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심에서는 "주택법 제41조의2의 입법취지는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경우 실수요가 아닌 단기 전매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 있다"며 "주택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일정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샀다고 해서 매입자의 행위가 반드시 투기적 목적 때문이거나 부당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판결했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조계와 부동산 업계에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쌍방이 동의한 부동산 계약인 이상 매도인만 형사상 처벌한다면 매수인은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여기고 불법전매받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편법적인 전매행위를 억제하려면 매수인도 법적 불이익을 받도록 법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매도인이나 중개인에게 속아 전매 제한기간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했다가 피해를 보는 매수인도 상당수"라며 "매수인이 매도인과 방조나 공모를 하지 않은 이상 법적 문제까지 감수하면서 불법전매수를 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불법전매가 적발된 경우 매수자의 아파트 재산권이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05년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불법전매를 막기 위해 아파트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환수 조치)는 규정을 넣었다. 하지만 공급계약 취소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와 분양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실질적으로 공급이 취소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규정상 '공급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가 아니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어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매도자에게 분양대금과 이자를 주고 아파트를 환수할 수 있지만 이미 판 아파트를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되산 뒤 예비당첨자에게 재분양하는'친절'을 베풀려 하지 않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