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교포금융회사인 LA한미은행을 인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대형 인수 · 합병(M&A)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금융은 26일 미국 현지에서 LA한미은행의 지주회사인 한미 파이낸셜 코퍼레이션(HFC)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이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주당 1.2달러,총 2억1000만달러에 인수해 51%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 회사의 25일 현지 주가는 2.03달러다.

우리금융은 실사과정에서 부실여신에 대한 평가를 감안해 인수가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HFC는 1분기 495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미국 현지 주주배정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서 실권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추가로 인수,투자금액이 최대 2억4000만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HFC 인수는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7~8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HFC는 1982년 설립된 한미은행을 기반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로 지난 3월 말 기준 30억1800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 2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번 인수로 우리금융은 미국 동부의 우리은행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뱅크'와 함께 서부 지역에도 강력한 거점망을 확보하게 됐다.

우리금융은 LA한미은행을 우리아메리카뱅크와 합병하는 대신 당분간 독립 영업망을 유지하면서 양측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은 LA한미은행의 경영권 인수와 함께 현지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미국 내 교포사회를 겨냥한 영업기반을 강화하면서 국내외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도 첸나이 지점과 브라질 상파울루 현지법인 설립을 승인받았으며 러시아 진출도 추진 중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와 관련,다음 달 중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덩치 키우기에 나서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한편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격화로 수익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한미은행 인수는 중장기 수익원의 발굴과 국내외 포트폴리오 균형을 이뤄 오히려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