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국악 장르이자 유네스코 선정 세계무형문화유산인 판소리 최고 명창들의 공연 관람료가 단돈 5000원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다음 달 7~11일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마련하는 '득음(得音)-5대 명창 눈대목'이 그 무대다.

이번 공연은 춘향가 · 심청가 · 흥보가 · 적벽가 · 수궁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의 백미인 '눈대목'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성우향 · 성창순 · 박송희 · 송순섭 · 안숙선 명창이 연일 들려주는 자리.'눈대목'은 판소리에서 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장면을 이르는 말로,공연시간이 3~10시간에 이르는 '완창'은 너무 길어 일반인들이 즐기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각 판소리의 하이라이트를 골라 90분씩 부르게 된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 비견할 만한 자리다.

이번 무대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날로 쇠퇴하고 있는 판소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명창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들 명창은 물론 명고수로 손꼽히는 정철호 · 정화영 · 박근영(고법 예능보유자)씨와 김청만씨(고법 예능보유자 후보),송원조 고법연구회장 등이 북장단을 맞추고,명창의 제자 2명씩이 함께 나와 눈대목을 연창한다.

성우향 명창은 춘향가 중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사랑 사랑 내사랑이야~'로 시작하는 '사랑가' 대목과 궁자노래 대목 등을,성창순 명창은 심청가 중 초두 대목과 심봉사가 통곡하는 대목 등을 들려주고,박송희 명창은 흥보가 중 놀보 심술 대목과 돈타령 대목 등을 선사한다.

수궁가의 경우 현재 예능보유자가 없어 작고한 인간문화재 정광수 선생한테 배운 안숙선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이 무대에 선다.

사회는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의 박애리 단원과 KBS '국악한마당'의 진행자 이자람씨가 맡는다. 관람료는 1일 5000원,5일권은 2만원.5일권 예약자에게는 판소리 사설집도 준다.

송순섭 명창은 "우리 음악의 진수라 할 수 있는 판소리가 갈수록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명창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서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됐다"며 "제발 판소리에 관심 좀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몇 만원은 받아야 할 관람료를 5000원으로 책정한 주최 측의 고민도 이런 연장선 상에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