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한국판 ‘MIT미디어랩’…기업과 대학이 '키 플레이어' 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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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
<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정부는 지난 4~5월 두 차례의 간담회를 열고 IT(정보기술)분야 창의인재 양성사업을 기업,대학 등과 논의했다. 미국의 'MIT 미디어 랩'처럼 학생 일인당 연 1억원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교과과정도 연구활동 중심으로 설계해 이론 중심의 현행 교육을 탈피한다는 내용이다. 참석자 모두가 창의인재 양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해당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적극적 호응에 반가움과 놀라움이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예견된 현실인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창의성이 기업경영의 핵심 화두로 다시 부상했다. 기업이 매출을 늘리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이제는 애플사의 아이폰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혁신의 근간은 창의성과 상상력이며,이는 사람에서 나온다. 모바일 산업과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을 뒤흔든 아이폰도 스티브 잡스 외에 애플사에 창의 인재가 많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표적 창조기업인 픽사(Pixar),아이디오(IDEO),레고(LEGO) 등도 자사 경쟁력의 원천으로 우수한 창의인재를 꼽는다. 불확실성과 불연속의 환경에서 시장의 선도자가 되려면 우리 기업도 창의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대학의 공학 교육도 융합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다학제적 교과과정이 강조되고 연구나 실습활동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 분야만 잘하는,이론에만 강한 인재로는 원격 의료,디지털 의류 등 신산업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학교육의 혁명으로 회자되는 미국의 올린(Olin) 공대가 좋은 예다. 올린 공대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고 경영,디자인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쳐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길러준다. 학생들은 시장에 나가 소비자 욕구를 파악해 창의적 제품을 만들고 발표한다. 시대 변화에 맞춘 이러한 혁신적 교육 때문에 미국 학생들은 하버드,MIT 등에 합격하고도 올린 공대를 선택한다. 교수도 30명 모집에 300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이론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려는 바람이 해외 대학가에 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IT교육이 여전히 공급자 중심에 이론,논문 등 위주로 이루어진다. 시대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는 제쳐 두더라도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전문인력 양성도 어렵다. 기업은 신입사원 교육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한다. 높은 교육열로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하고 IT분야 학사 인력은 연간 3만 명이 배출된다. IT교육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인 측면은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물론 소수지만 일부 대학이 최근에 IT교육 선진화에 발걸음을 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번 간담회 때의 높은 호응은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IT분야 창의인재 양성사업이 호기를 만나고 관심을 얻었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우리는 10여 년 전에 MIT 미디어 랩을 표방하며 국내에 세계적인 디지털미디어 연구소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유치에 실패해 대부분의 연구비를 정부지원금에 의존했고,대학 운영체제의 경직성으로 우수 교수 확보에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번뜩이는 아디이어 창출이나 첨단기술 이전이라는 실적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해당 연구소는 정부지원금 감소와 함께 사람들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사업도 비슷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사업 예산을 보더라도 매년 약 170억원이 소요된다. 정부가 지원하는 종잣돈이 50억원이므로 나머지 120억원은 대학이 기업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 규모가 커졌지만 매년 100억원을 후원 받는다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우수 교수진과 학생 유치도 그렇다. 대학이 자유로운 연구활동 풍토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그렇게 하려면 교수평가제도가 현행 논문 중심에서 연구활동이나 산학협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관심만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얻을 수 없다. 기업과 대학이 참여주체로서 실천적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상상력 발전소'라는 MIT 미디어 랩도 성장하고 명성을 얻는 데 10여년이 걸렸다. 기업이 미래적 투자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긴 시간을 기다려 준 것이다. 대학은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연구를 통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출하며 기업의 후원과 기대에 부응했다. 전진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십년수목(十年樹木) 백년수인(百年樹人)' 이라 했다. 십년 뒤를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백년 뒤를 내다보며 사람을 기른다는 뜻이다. MIT 미디어 랩은 기업과 함께 이를 실천해 성공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시사평론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소모품이 아닌 것은 아이디어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창의적 인재양성에 먼저 나섰다.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조력자일 뿐,진정한 키 플레이어는 기업과 대학이다. 그래서 이번 사업의 기획도 기업과 대학의 자율에 모두 맡겼다. 이제,키 플레이어들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정부는 지난 4~5월 두 차례의 간담회를 열고 IT(정보기술)분야 창의인재 양성사업을 기업,대학 등과 논의했다. 미국의 'MIT 미디어 랩'처럼 학생 일인당 연 1억원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교과과정도 연구활동 중심으로 설계해 이론 중심의 현행 교육을 탈피한다는 내용이다. 참석자 모두가 창의인재 양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해당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적극적 호응에 반가움과 놀라움이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예견된 현실인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창의성이 기업경영의 핵심 화두로 다시 부상했다. 기업이 매출을 늘리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이제는 애플사의 아이폰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혁신의 근간은 창의성과 상상력이며,이는 사람에서 나온다. 모바일 산업과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을 뒤흔든 아이폰도 스티브 잡스 외에 애플사에 창의 인재가 많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표적 창조기업인 픽사(Pixar),아이디오(IDEO),레고(LEGO) 등도 자사 경쟁력의 원천으로 우수한 창의인재를 꼽는다. 불확실성과 불연속의 환경에서 시장의 선도자가 되려면 우리 기업도 창의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대학의 공학 교육도 융합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다학제적 교과과정이 강조되고 연구나 실습활동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 분야만 잘하는,이론에만 강한 인재로는 원격 의료,디지털 의류 등 신산업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학교육의 혁명으로 회자되는 미국의 올린(Olin) 공대가 좋은 예다. 올린 공대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고 경영,디자인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쳐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길러준다. 학생들은 시장에 나가 소비자 욕구를 파악해 창의적 제품을 만들고 발표한다. 시대 변화에 맞춘 이러한 혁신적 교육 때문에 미국 학생들은 하버드,MIT 등에 합격하고도 올린 공대를 선택한다. 교수도 30명 모집에 300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이론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려는 바람이 해외 대학가에 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IT교육이 여전히 공급자 중심에 이론,논문 등 위주로 이루어진다. 시대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는 제쳐 두더라도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전문인력 양성도 어렵다. 기업은 신입사원 교육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한다. 높은 교육열로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하고 IT분야 학사 인력은 연간 3만 명이 배출된다. IT교육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인 측면은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물론 소수지만 일부 대학이 최근에 IT교육 선진화에 발걸음을 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번 간담회 때의 높은 호응은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IT분야 창의인재 양성사업이 호기를 만나고 관심을 얻었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우리는 10여 년 전에 MIT 미디어 랩을 표방하며 국내에 세계적인 디지털미디어 연구소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유치에 실패해 대부분의 연구비를 정부지원금에 의존했고,대학 운영체제의 경직성으로 우수 교수 확보에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번뜩이는 아디이어 창출이나 첨단기술 이전이라는 실적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해당 연구소는 정부지원금 감소와 함께 사람들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사업도 비슷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사업 예산을 보더라도 매년 약 170억원이 소요된다. 정부가 지원하는 종잣돈이 50억원이므로 나머지 120억원은 대학이 기업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 규모가 커졌지만 매년 100억원을 후원 받는다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우수 교수진과 학생 유치도 그렇다. 대학이 자유로운 연구활동 풍토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그렇게 하려면 교수평가제도가 현행 논문 중심에서 연구활동이나 산학협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관심만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얻을 수 없다. 기업과 대학이 참여주체로서 실천적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상상력 발전소'라는 MIT 미디어 랩도 성장하고 명성을 얻는 데 10여년이 걸렸다. 기업이 미래적 투자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긴 시간을 기다려 준 것이다. 대학은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연구를 통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출하며 기업의 후원과 기대에 부응했다. 전진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십년수목(十年樹木) 백년수인(百年樹人)' 이라 했다. 십년 뒤를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백년 뒤를 내다보며 사람을 기른다는 뜻이다. MIT 미디어 랩은 기업과 함께 이를 실천해 성공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시사평론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소모품이 아닌 것은 아이디어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창의적 인재양성에 먼저 나섰다.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조력자일 뿐,진정한 키 플레이어는 기업과 대학이다. 그래서 이번 사업의 기획도 기업과 대학의 자율에 모두 맡겼다. 이제,키 플레이어들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