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주문 따기위해 지난해 지구 6바퀴 돌았죠"
지난 18일 대덕특구에 자리한 바이오시밀러의약품 전문벤처기업 바이오큐어팜. 이 회사 이상목 대표(49)는 대전까지 찾아온 이집트 투자부 산하 투자청(GAFI) 오사마 살레 청장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사절단과 '이집티언 바이오벤처 클러스터' 설립 등 3600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의약 · 바이오산업 육성 및 공동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외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한국의 중소 벤처기업을 방문,기술 이전을 골자로 한 협력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집트는 특별경제자유구역 내에 GMP(우수의약품의 제조 · 관리 기준) 공장을 세워주는 등 국가가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바이오큐어팜은 기술과 경영을 책임지면서 지분은 50 대 50으로 나눠 갖게 된다.

이 대표는 국산 의약품 수출을 위해 작년 한 해에만 지구를 6바퀴 도는 거리인 24만㎞를 돌아다녔다. 이 덕분에 지난달 터키 레굴론 제약회사와 1500만달러,이달 중순 이집트 메가미즐사와 1200만달러 등 수출계약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바이오큐어팜의 주력 상품은 B형 간염 치료제,C형 간염 치료제 등에 이용되는 인터페론과 신규 항암제,건선염 · 관절염 치료제,빈혈치료제,항암 보조제 등이다.

이 대표는 "2005년 회사 설립 이후 전 세계 항공기 시간표를 다 외울 정도로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와는 조인트벤처 설립을 앞두고 있어 중동과 유럽까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수출기반을 마련한 셈"이라며 "이집트에 이어 말레이시아와도 3600만달러 규모의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국내 대기업 계열의 제약회사에서 연구 및 생산총괄팀장으로 23년 동안 근무했다. 그가 창업을 결정한 것은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1200억달러에 달하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5년 전 창업을 앞두고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이었다. 고민 끝에 대학 동기들을 회사로 불렀다. 부산에서 대전까지 26명의 친구들이 찾아왔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전망을 설명하며 설득하자 흔쾌히 돈을 모아줬다. 적게는 200만원,많게는 5000만원까지 5억원이 마련됐다.

이 대표는 이번 계약을 맺기 위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활용했다. 당초 의약품 수출계약을 체결하려면 GMP 공장이 있어야 하고 원료와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두 개의 공장이 필요하다. 바이오큐어팜은 대전테크노파크가 240억원(국비 80%)을 들여 지은 바이오벤처타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생산시설들은 현지 조인트벤처 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해외에 알려지면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구매를 요청해 온 나라만도 남미 미국 동남아시아 등 세계 40여개국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다국적 기업들이 손을 뻗치지 않은 터키 이집트 말레이시아 태국 등 4개 나라를 집중 공략했다"며 "이들 나라와 모두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 의약품 수출 강소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