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진득하고 남편은 차갑고…한 피아노 두 선율
피아니스트 부부로 유명한 박종훈씨(41)와 그의 일본인 아내 지하루 아이자와(35).이들이 첫 앨범 '네 개의 손'(Quattro Mani)을 내고 오는 28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첫 리사이틀을 갖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의 제자로 만난 이들은 2004년 결혼과 함께 '듀오 비비드'를 결성했으나 임신과 육아로 단독 공연을 미뤄왔다.

박씨는 "이번 앨범은 우리만 할 수 있는 곡들로 꾸몄다"며 "창작곡을 비롯해 기존 곡도 편곡해 거침없는 연주를 좋아하는 우리의 장기를 한껏 살렸다"고 설명했다.

모든 레퍼토리는 연탄(連彈)곡으로 부부가 한 피아노에서 연주한다.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포레의 '돌리 모음곡',라벨의 '볼레로' 등을 들려준다. 특히 부부가 오스트리아 민요 '아 어머니께 말할게요'를 모티브로 작곡한 '작은 별 변주곡'이 눈길을 끈다. 박씨는 "모차르트도 '아 어머니께 말할게요'로 쓴 곡이 있지만 우리는 재즈적인 면이 강하다"며 "중간에는 베토벤의 느낌도 있고 기교적으로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하루 아이자와는 "피아니스트가 두 명이라고 해서 꼭 피아노 두 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건반도 한 사람만 치기에는 많고 화려한 소리를 내는 피아노 한 대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아내가 진득하다면 저는 차갑다"며 "하지만 같은 선생님을 모셔서 그런지 느낌대로 가식적이지 않게 연주하는 공통점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난해한 곡으로 정평 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공연했던 박씨가 "리스트 곡들을 전부 녹음하고 싶다"며 장래 계획을 밝히자 지하루 아이자와는 "현재 편곡하고 있는 생상스의 '동물 사육제' 연탄곡을 녹음하고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앨범에 넣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02)6085-9387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