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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식 경영' 배우기 열풍] (9) "세계 1등 제품 여러개 갖는게 중요…규모는 버려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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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사장단과 함께 교토 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새 우물 파기보다는 세계 1위와 격차 좁혀야
    85세 호리바 고문 어린애 같아…일에 대한 열정·즐거움 느껴져
    태양광 20년 적자 3년새 메운 교세라서 오너경영 되새겨
    ['교토식 경영' 배우기 열풍] (9) "세계 1등 제품 여러개 갖는게 중요…규모는 버려도 됩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창립 30주년을 맞은 올초 유달리 고민거리가 많았다. 세간에선 "웅진그룹이 대기업군의 반열에 완전히 안착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윤 회장은 오히려 30년 전 가슴 속을 채웠던 모험심과 열정이 식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고 있었다. 과거와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펼쳐질 새로운 30년에 대한 구상도 과제였다. 새로운 로드맵을 그려보고 그에 맞는 성장엔진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기업 후계 문제도 어느 새인가 숙제로 다가왔다. 이제 오너 경영체제와 전문경영체제 사이에서 답을 찾아야 할 시기다.

    머리 속을 고민거리로 가득 채운 채 윤 회장이 찾은 곳은 일본 교토였다. 작년 말 '젊은 피'를 대거 그룹 최고경영진에 전진 배치한 그는 3월 말 이들을 데리고 교토를 방문했다. 그룹의 미래상을 구하고자 하는 여정이었다.

    윤 회장은 교토에서 해답을 찾았을까. 23일 윤 회장을 만나 궁금증을 풀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자신의 수첩을 꺼내들더니 맨 앞장에 붙어있던 메모를 떼어줬다. '세계 1등을 만들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이 메모는 3월12일 윤 회장이 교토 기업 탐방과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10가지 결의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수첩에도 모두 같은 내용의 결의문이 적혀 있다.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

    "교토 기업이 잘나가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세계 1위이기 때문이지요. "

    윤 회장은 "교토를 둘러보고 찾은 웅진그룹의 새로운 30년을 위한 목표는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교토 사장단 회의에서도 "규모는 버려라.대신 세계 1위 제품을 여러 개 가져라.1등이 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또 이를 위해 현재 사업군별로 세계 1위와의 갭(간극)을 좁힐 수 있는 해결점을 찾도록 지시했다. 새로운 우물을 파기보다는 지금 강점을 갖는 분야에서 1등을 하겠다는 윤 회장의 전략이다. 교토 방문 후 그룹 CEO들에게 나눠준 결의문의 제목이 '세계 일등을 만들기 위하여'라고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윤 회장은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외에 태양광용 잉곳,폴리실리콘 등이 웅진그룹의 차세대 성장엔진 분야에서 세계 1위와의 차이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에 웅진그룹이 '세계 1위' 얘기를 하면 비웃음을 샀겠지만 이제는 때가 됐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판'을 벌여라

    윤 회장은 세계 1등을 향한 첫번째 단추로 신나는 기업 문화의 정착을 꼽았다. 윤 회장은 호리바제작소와 교세라,일본전산 등을 돌면서 맨 처음 느낀 인상은 "그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이었다"고 강조한다.

    "호리바제작소의 호리바 마사오 최고고문은 85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장난기 가득한 어린이 같습니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 윤 회장은 CEO의 경영정신에 배어 있는 이 같은 즐거움과 엉뚱함이 기업문화로 확산되고 세계 1위 제품을 구현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해석했다.

    그가 웅진그룹의 기업문화 개선 조직인 '신기나라 운동본부'를 발족시킨 것도 이 즈음이었다. 신기나라 운동본부는 '말랑말랑한 머리'를 가진 평사원들로만 구성된 CEO 직속기구로 일하기 좋은 기업을 위한 문화를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소풍가듯 들뜬 기분으로 출근할 수 있을까.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을까'. 오로지 이를 위해 놀고 쉬는 것만 연구한다.

    윤 회장은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무라타 제작소의 매트릭스 경영 등 교토 기업 특유의 조직 시스템은 여러 경영 전공자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도입에 실패했다"며 "이는 조직 구성에 치중하고 그 밑바탕이 되는 기업 문화의 차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조직원들이 회사를 사랑하고,회사에서 판을 벌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올 R&D 투자 2배로 늘려라"

    신나는 기업문화와 함께 윤 회장이 교토경영의 정수로 꼽는 것은 연구 · 개발(R&D)이다. 그는 "교토를 돌고 나서 '결국은 R&D'라는 말을 되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장단 회의에서는 각 계열사들의 올해 투자계획을 듣고 "R&D 부문 투자를 계획보다 2배로 늘려라"고 지시했다. 특히 폴리실리콘 등 회사의 신규 성장 엔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 2~3년간은 2000년대 초 비데,공기청정기,연수기 등 신규 분야 진출에 대대적으로 나선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R&D투자에 나서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세라는 태양광 부문에서 20년간 적자를 이어왔지만 이후 3년 사이에 이 적자를 모두 메우고 남을 만큼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전문 경영인체제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 윤 회장은 "지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교토 기업들이 고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 상황에서 오너 경영 특유의 장기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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