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유럽 악재 겹쳐.. 금융시장 영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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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천안함 사고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정부가 경제적 영향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천안함 사태는 역대 '북풍'에 비춰볼 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남유럽발 경제적 외풍이 여전한 상황에 북한발 정치군사적 악재까지 가세하면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합동대책반을 가동한 것도 천안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남유럽 위기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천암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20일 국내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94.1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코스피지수는 1,600.18로 전날보다 29.90포인트(1.83%) 하락하며 1,600선을 위협받았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 원.달러 환율은 1,209.00원에 장을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의 20일 현물환 종가보다 14.90원 높은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9일 1.17%포인트에서 20일 연중 최고치인 1.46%포인트로 치솟은 뒤 21일 1.43%포인트로 주춤했다.
연중 최저치를 보인 지난 3월17일(0.73%포인트)의 배 수준이다.
이런 흐름에는 기본적으로 남유럽 재정위기가 도질 것이라는 우려와 천안함 효과가 동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발 악재의 영향을 천안함보다 크게 보는 분석도 많다.
실제 남유럽 변수는 미국과 유럽 증시를 흔들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20일 376포인트(3.60%) 급락한데 이어 21일 개장 직후 10,000선도 무너졌지만, 이후 반등해 125포인트(1.25%) 상승한 10,193.39로 거래를 마쳤다.
그래도 지난 한 주 낙폭은 4%나 됐다.
21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는 0.20% 내린 5,062.93,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30 지수는 0.71% 떨어진 5,826.06,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지수는 0.05% 내린 3,430.74로 장을 마감하면서 약세장이 이어졌다.
정부는 천안함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은 시장이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인데다, 과거 유사 사례에 비춰 시장의 단기적 변동성이 커질지라도 길게 보면 차분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4월5일 일요일에 실시된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열린 4월6일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고,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실시된 지난해 5월25일 코스피지수도 2.85포인트(0.2%) 하락한 것으로 장을 마쳤다.
그나마 2006년 10월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코스피지수가 32.60포인트 급락하고 환율도 1년10개월만에 최대폭인 14.8원 급등할 만큼 충격이 컸지만 이 역시 보름 남짓 지나자 모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천안함 사태 합동조사단 발표가 있던 날 코스피지수가 소폭 빠지고 해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긴 했다"며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꼭 천안함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예전 사례를 보면 천안함 사태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현재 상황에서 그리스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중 어느 쪽 영향이 더 큰지 구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우려는 천안함 사태가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폭이 매우 커진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있어 보인다.
재정위기의 여파가 남유럽에서 유럽 전체로 번질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심화시키고 천안함 사태와 겹치면서 국내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더욱이 천안함 사태의 경우 향후 남과 북의 대응이 맞물릴 경우 정치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의 부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분간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불안 심리를 최소화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23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경제금융 부문의 관계기관 합동대책반을 본격 가동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대책반은 작년 5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편성됐던 대책반과 똑같이 다양한 경제분야를 망라한 5개 팀으로 꾸려졌다.
아울러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합동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 평가 및 시나리오별 대응체계 재점검에 나선 것도 월요일인 24일 금융시장의 개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이해된다.
정부는 또 외국 금융사나 투자자들이 천안함 사태를 지정학적 리스크로 확대 해석하지 않도록 콘퍼런스 콜과 정책메일링 서비스를 강화하고 해외 신용평가사들과의 대면 접촉에도 나서기로 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