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체인 D사 무역팀은 해외에서 수입한 화학제품 원료가 부산항에 도착하면 통관 시기를 놓고 작전회의에 들어간다. 최근처럼 달러화 환율변동폭이 큰 상황에서 통관 시기를 며칠 늦추거나 앞당길 경우 적잖은 관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 회사는 지난 1월 셋째주에 적용될 예상과세환율이 1157원94전에서 23원97전 더 하락할 것으로 판단,계획했던 물품의 통관을 셋째주로 모두 집중시켰다. 총 6건의 통관 연기로 이 회사가 절약한 세금은 약 592만원.

D사 무역팀의 K부장은 "한 주간 적용되는 과세환율은 그 전주에 대충 윤곽이 잡히고,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관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당일 최초 전신환매도환율을 평균해 매주 금요일 오후께 그 다음 주에 적용할 과세환율을 고시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 여파로 환율변동폭이 커지면서 통관시기 조정 등으로 '관세테크'에 나서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관세테크가 기존의 관세 환급 등의 방식에서 환율 예측 등으로 다양해진 셈이다. 관세 환급은 원재료를 수입할 때 납부한 세액을 수출하면서 되돌려 받는 제도다.

관세회계법인들의 대고객 서비스도 최근에는 환율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수영 신한관세법인 관세사는 "수요일만 지나면 다음 주 과세환율을 물어오는 등 최근 통관시기 조정이 수출 중소기업들의 대표적인 관세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출기업 F사는 지난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총 18건의 수출 물량에 대해 상황에 맞게 '반입 전 신고'와 '입항 전 신고'등으로 발빠르게 대응해 910여만원의 절세효과를 봤다.

김 관세사는 이어 "정확한 환율 예측과 함께 화물부피나 통관항이 어디인지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야 절세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수입화물의 통관 장소가 공항이냐 항구냐에 따라,혹은 화물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창고료 등 보관비가 절세액을 웃돌 수 있기 때문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