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선전.'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린 필름마켓에서 한국 영화의 수출 실적은 이렇게 압축된다. 유럽의 금융위기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불안감이 고조됐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으로 높았다.

칸 마켓이 사실상 폐막된 21일 기준 한국 영화는 지난해 수출 총액(1400만달러)의 40~50%(560만달러~700만달러)에 달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을 선도한 업체는 CJ엔터테인먼트다. 올 연말께 개봉하는 민병천 감독의 3D 공룡영화 '타르보사우르스'를 러시아 독일 인도 등 5개국에 선판매했다. 공룡 캐릭터를 앞세운 3D 영화란 점에서 매수세가 몰렸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제작하는 한 · 미 합작영화 '댄싱닌자'도 러시아와 중동 등에 팔았다. 원빈이 주연한 신작 '아저씨'는 프랑스,김주혁의 '방자전'은 태국에 각각 선판매했다.

김성은 팀장은 "시장 상황이 변화하는 데 맞춰 3D영화와 할리우드 합작영화를 집중적으로 마케팅한 결과 지난해보다 판매 실적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쇼박스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를 중국 홍콩 대만 등에 판매했다. 김명민이 주연한 '파괴된 사나이'는 중국과 대만,엄정화가 주연한 '베스트셀러'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에 판매했다. 축구영화 '맨발의 꿈'도 인도네시아와 홍콩 등에 팔았다.

이번 마켓에서는 국가별로 구매 패턴이 뚜렷하게 차별화됐다. 영국과 독일 등은 사극액션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전쟁영화 '포화속으로' 등 장르영화들을 주로 샀다. 반면 프랑스는 감독 중심으로 작품을 구매했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프랑스 배급사 ARP가 구입했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 등도 구입했다.

이번 마켓에서 가장 뜨거운 한국영화는 '하녀'였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그리스 홍콩 등 10개국에 팔렸다. 큰 시장인 미국과 일본 배급업자들도 몰리며 구매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칸(프랑스)=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