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6일 밤 미국 버지니아 헤드워터스 농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그가 평생 간직하고 만들어온 성과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아버지가 물려준 어린 시절 일기장과 사진첩,오랫동안 수집한 인디언 미술품 컬렉션과 평생 준비했던 사후(死後)세계에 관한 연구자료까지 사라졌다. 직업상 세계를 돌아다녀야 했던 그에게 1975년에 사서 가꿔온 이 농장은 단순한 삶의 공간을 넘어 안식처였다.

그러나 그는 화재 며칠 후 시내로 나가 새 옷들을 사고 다시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화재의 충격을 딛고 일어나 재기에 성공했다. 한탄과 하소연,원망은 결코 현실을 바꿔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자신의 의지대로 역경을 헤쳐 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인생수업》 《상실수업》 등으로 잘 알려진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다.

《공병호의 인생강독》에서 저자는 퀴블러 로스처럼 역경을 기회로 만든 로널드 레이건,윈스턴 처칠,버락 오바마,덩샤오핑,빅터 프랭클,마르틴 그레이,이승만,도널드 트럼프,앤드루 그로브,토머스 왓슨 주니어,밥 버포드,섬너 레드스톤 등 12명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역경과 좌절에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버락 오바마는 "패배가 나를 돌아보게 했다"며 역경 극복의 비결을 설명한다. 또 마르틴 그레이는 자신만의 요새를 세우는 것으로 발판을 마련했고,도널드 트럼프는 "죽는 일 빼고 세상에 심각한 일은 없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누구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역경을 만나게 마련"이라며 역경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힘든 시기에 처했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어떻게 얻는지 들려준다. 그 비결은 어렵지 않다. 자신과 충분히 대화하라,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라,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라,자책을 넘어 관대함으로 대하라,가능한 대안을 찾아서 실행하라.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