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금이 우리 증시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불과 사흘 사이에 외국인이 주식을 판 규모가 1조7000억원을 넘는 등 이달 들어서만 4조8000억원 이상이 이탈했을 정도이니 심상치않은 상황임에 분명하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데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현금 확보에 주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럽계 자금이 급속히 유출되고 있는 것이 우리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752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도 안돼 1630선으로 120포인트 넘게 급락하고,1100원 수준으로 하락했던 원 · 달러 환율 역시 미 달러화 강세에 따라 1165원으로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대한 한국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겨우 4억달러 수준인데도 국내 증시에 이처럼 큰 파장을 미치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증시가 긴밀하게 동조화돼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 증시가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해외 변수의 영향력을 더 키우고 있다. 현재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은 31.8%(유가증권시장 기준)나 되는 실정이고 보면 이들이 우리 증시를 쥐락펴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려되는 것은 EU와 세계통화기금(IMF)이 무려 7500억유로라는 안정기금을 마련키로 했는데도 남유럽 재정위기가 해소되려면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란 점이다. 전체 외국인 보유주식 가운데 유럽계 비중만 16.3%에 달해 투자자금이 46조원을 넘는 만큼 이들 자금의 추가 이탈에 대비해 우리 증시의 충격(衝擊)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증시의 체질 강화가 시급하다. 장기투자해야 하는 펀드마저 주가가 오를 때마다 대량 환매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증시가 외국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투자자 모두 장기투자를 통해 증시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 보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