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족집게 금융 애널리스트'로 통하는 메리디스 휘트니 메리디스휘트니자문그룹 대표(사진)는 상원에서 추진 중인 금융개혁이 은행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은행주 투자를 피할 것을 권했다. 오펜하이머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2월 자문사를 설립한 그는 2007년 10월 발표한 씨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가 적중하면서 월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전문 애널리스트다.

휘트니 대표는 17일 미 경제전문 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상원에서 논의 중인 금융개혁안은 예상했던 것보다 최악의 것"이라며 "개혁입법이 그대로 이뤄진다면 은행 수익성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은행 수익성에 가장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로 신용카드 이자율 한도를 주별로 제한하고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을 감독하는 입법안을 꼽았다. 주별로 이자율 한도가 달라지면 은행들은 특정 주에서 카드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휘트니 대표는 이 같은 개혁이 신용카드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자영업자들의 돈줄을 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규제도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신용을 제한함으로써 지역은행의 카드 사업 포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금융개혁으로 1조3000억달러의 신용이 추가로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휘트니 대표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도 자업자들에 대한 신용공급 위축이 일자리 상실로 이어져 미국 경제를 곤경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5년 동안 자영업자 등 중소기업은 신규 일자리의 64%를 창출해왔다. 하지만 은행 돈 쓰기가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채용을 중단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신용카드 한도가 1조5000억달러가량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게 중소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