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통적 우방의 관계를 급속도록 회복하고 있다.지난 2월에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양국이 과거 밀월관계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야누코비치 당시 총리는 러시아의 지지를 입고 1차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부정 선거 시비로 일어난 ‘오렌지 혁명’으로 빅토르 유셴코 당시 야당 총재에게 정권을 내줬다.유센코 대통령은 친서방 성향으로 당선 이후부터 줄곧 러시아와 군사·경제·외교 등 많은 부문에서 대립해 왔다.유센코 대통령 집권 이전의 정부는 친러 성향으로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었다.

AFP통신은 17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공식적으로 양국 우호관계 회복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두 정상은 “‘마녀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우호관계 회복으로 양국의 경제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AFP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핵,인공위성,에너지산업 등 경제분야에서 세부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이같은 양국간 우호관계 회복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러시아에 대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보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단적인 예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1997년부터 러시아가 임차해 쓰는 흑해함대의 주둔 기간을 2017년 이후 최장 32년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의 협정에 서명했다.이 협정은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화답하는 러시아의 행보도 빠르다.러시아는 지난달에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자국산 가스 요금을 2019년까지 30% 인하해 주는 등 경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에 많은 선물을 줬다.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인 가즈프롬과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즈를 동등한 조건으로 통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