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과 친분과시 후보도
◆혹하게 만드는 '무상급식'
올초만 해도 찬반논쟁이 뜨거웠던 무상급식은 이제 어떤 교육감 후보도 감히 반대하지 못하는 공약이 됐다. 교육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자 81명 중 74명이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전면 무상급식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서울 A후보도 최근 "중상위 계층이라도 희망자에겐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며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여론조사에서 무상급식 찬성 의견이 우세한 점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게 선거 캠프의 전언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은 예산상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무교육인 초 · 중등 전 학년에 무상급식을 하려면 서울 4000억원,경기 6000억원 등 전국적으로 2조원이 필요하다.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면 1조원이 더 들어간다. 전체 예산 가운데 70~80%를 교사 인건비 등 고정비로 지출하고 있는 교육청 입장에선 남은 예산의 대부분을 무상급식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알 수 있는 분석인데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모른 척하며 무상급식을 남발하다시피한다. 돈을 낼 여력이 있는 사람까지 모두 공짜로 급식하고,급식 평등화로 음식의 질이 떨어질 위험성이 큰데도 출마자들은 표만 의식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지역 예비후보들에게 정책에 관한 공개질의서를 보냈던 시민단체 '2010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의 홍인기 운영위원장은 "출마자들 중 예산분석을 제대로 한 후보자가 없었다"며 황당해 했다.
◆체험학습 · 야영활동도'무상'
최근엔 수업료와 교복,학습 준비물,수학여행비까지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서울 B후보는 최근 "모든 학생에게 친환경 급식,준비물,교복,수업료 등을 '패키지'로 무상 제공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전남 C후보도 모든 초 · 중학생에게 수학여행과 각종 체험학습,야영수련활동 등을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물론 예산 확보 방안은 없다. B후보 측은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절감하고 지자체와 긴밀히 협조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C후보 캠프 관계자도 "공사비 리베이트 관행만 뿌리 뽑아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정책을 내놓은 부산 E후보 측도 "전국의 진보 교육감들이 연대해 4대강 예산을 삭감시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목소리다.
◆지역색,정치색 포퓰리즘도 극성
교육감 선거에선 정당 공천은 물론 정책 연대도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일부 후보는 공공연히 특정 정당이나 지역색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몰표'를 유도하고 있다.
서울 F후보는 최근 "한나라당 지지를 받는 후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광주 G후보는 아예 홈페이지에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초 · 중 · 고교 무상급식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 H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자신을 소개하는 글과 함께 올렸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유권자만이라도 정신 차려 날카로운 눈으로 포퓰리즘을 걸러내야 한다"며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를 제대로 못살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교육감은 어떤 자리
16개 시 · 도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감 선출방식이 직선으로 바뀐 2007년 2월 부산시 교육감이 첫 주민 직선으로 선출됐다. 이어 울산 · 충북 · 경남 · 제주(2007년 12월)와 전북 · 서울(2008년 7월),경기(2009년 4월) 등에서 교육감 선거가 치러졌다.
교육감은 흔히 '교육 대통령'이라 불린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학교 자율화 조치로 교육과학기술부가 갖고 있던 권한의 상당 부분을 넘겨받아 이전보다 권한이 커졌다. 교육감은 관할 시 · 도 지역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예산편성권 및 교장 등 인사권을 비롯해 각종 정책 결정권을 갖는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은 교원 7만여명에 대한 인사권과 6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의 집행권을 행사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감이 혼자 모든 권한을 갖고 인사와 예산을 주무르는 한 모든 조직이 교육감 눈치만 보게 돼 있다"며 "교육감이 권한의 많은 부분을 교장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우/김일규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