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부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송근호(40)다. 2년 전 해외펀드에 2억원을 투자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절반가량 손실이 났다. 지금은 약간 회복해 원금 대비 손실률은 30% 정도다. 당초 펀드에서 수익을 내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넓혀갈 계획이었는데 상당한 차질이 생겼다. 사무실을 낼 때 받았던 은행 대출금도 남아 있는데 바로 갚아버리는 게 나을지 궁금하다.

A:송씨는 그동안 투자를 할 때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왔다. 시중은행 예 · 적금 등 안전한 투자처 위주로 돈을 굴렸다. 금리가 높은 상호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예금도 철저하게 예금자 보호한도인 5000만원(만기 원리금 지급액 기준)까지만 돈을 넣었다. 그러다가 예금 금리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은행원 말에 솔깃해 해외펀드에 가입,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수익과 리스크를 적절하게 배분해야

당초 송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은행 예금 등 저위험 · 저수익 자산과 해외펀드 등 고위험 · 고수익 자산으로 양분돼 있었다. 손실이 난 해외펀드를 제외하면 은행과 저축은행 신협의 정기예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이자가 거의 없는 보통예금 계좌에 놀려두고 있는 돈도 적지 않았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투자자가 생애 재무설계 없이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무작정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전형적인 사례다.

송씨는 상담하기 전 보통예금 계좌에 2500만원,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1억3200만원을 예치해 놓고 있었다. 아무리 리스크를 선호하지 않는다지만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보통예금에 수천만원씩 넣어두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CMA도 마찬가지다. 물론 보통예금에 비해 이자가 높긴 하지만 비상금 차원에서 약 3~6개월치 생활비 정도만 넣어두는 게 좋다.

송씨의 리스크 회피 성향을 감안해 주식연계증권(ELS) 등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형펀드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5~10년 후 필요한 자금은 만기가 길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준비하고,3년 이내에 써야 하는 돈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만기가 짧으며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상품으로 하면 효과적이다.

일단 보통예금 전액과 CMA 자금 중 4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포함해 1억1700만원을 원금 보장형 ELS에 투자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원래 ELS는 원금 보장이 안 되는 금융상품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증권사들이 수익률을 다소 낮추는 대신 원금이 보장되는 ELS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주가에 따라 최고 연 10~15%가량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신협과 저축은행에 각각 4600만원씩 들어가 있는 자금은 만기까지 기다려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조만간 아파트를 넓혀 갈 계획이기 때문에 이때 필요한 자금을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투자라고 여겨진다. 앞으로도 단기간 내 사용할 돈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매달 소득은 변액연금과 저축은행 적금 등에 불입한 뒤 남는 돈은 CMA로 옮겨 비상자금으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저축은행 적금으로 마련한 목돈은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새마을금고 신협 정기예금에 예치해 시중은행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해외펀드는 환매 후 노후자금으로 투자

송씨는 노후에 대한 준비를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은퇴 후 생활을 위해서도 변액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해외펀드 1억4000만원 가운데 절반인 7000만원을 환매하고 은행 정기예금 4000만원을 인출해 변액연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변액연금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지만 연금 개시 시점에서는 원금이 보장된다.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수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이다.

펀드를 환매한 돈과 정기예금에서 빼낸 돈을 일시불로 낸 뒤 매달 소득으로 추가 납입하면 노후 생활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펀드 중 나머지 7000만원은 추가 상승 여지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환매하도록 한다.

◆대출금은 일시 상환보다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송씨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때 받은 대출 중 1억원가량을 남겨놓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부채가 있다면 저축이나 투자보다는 이를 상환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예금 이자율보다 대출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빚을 지고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송씨와 같은 사업소득자의 경우 얘기가 약간 달라진다. 대출 이자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송씨는 연 5.4%의 대출 금리를 적용받아 매년 54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 액수만큼의 이자 비용이 전액 손금 처리됨으로써 207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대출 이자 540만원에 송씨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 38.5%(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를 곱해서 나온 금액이다.

송씨의 실질적인 연 이자 부담은 대출 원금의 3.3%인 332만원이다. 즉 어떤 투자 기회의 수익률이 연 3.3%만 넘는다면 대출금을 갚는 것보다 오히려 해당 투자 기회를 잡는 게 이익이라는 얘기다.

시장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저축은행 등에 분산 투자한다면 여전히 연 4%대 이상 금리는 받을 수 있다. 특히 송씨의 경우 금리가 연 4.1%만 되더라도 세금을 감안해 연 3.3%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송씨는 앞으로 대출을 조금씩 갚아나가되 투자를 병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도움말=김상수 A+에셋 CFP본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