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주들이 유럽발 재정 위기가 터질 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 악화로 금융주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저가매수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17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 은행업종 지수는 4.08% 떨어지며 전 업종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금융업종 지수도 3.05% 급락세다. 코스피 지수가 2% 남짓 빠지는 것에 비하면 두드러진 약세다.

우리금융대구은행이 5% 넘게 떨어지고 있으며, KB금융, 기업은행, 하나금융, 외화은행 등도 3~4%대 굴러떨어지고 있다.

外人 금융주 '팔자' 지속

금융주들의 이 같은 약세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장관들이 대규모 긴급자금에 합의하고,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긴축재정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주요 지수는 1~4%대 급락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주에 미치는 직접적인 악영향은 크지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그리스 및 포르투갈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4억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져 528억달러의 0.7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위험 규모와 상관없이, 이번 유럽 위기가 지난 2008년 말의 금융위기를 상기시키면서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위기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기보다는 센티멘털(투자심리) 측면에서 작용하고 있다"면서 "과거 미국과 유럽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의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크다"고 풀이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번 유럽 사태가 글로벌 경기회복에 있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되면서, 금융주 실적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금융주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외국인의 매도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금융업종에서 612억원 어치를 팔며 전기전자(726억원) 다음으로 큰 매도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5월 들어 외국인의 금융주 순매도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전체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인 3조3000억원의 30%를 넘는 규모다.

구용옥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 전반적으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은행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다보니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현주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금융주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졌던 것에 따른 반작용이 나타나는 것이지 특별히 외국인이 금융주 펀더멘털을 부정적으로 보고 매도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반기 M&A 이슈 기대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주의 주가가 저가매수를 노려볼 만한 영역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현재 금융주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9배에 불과하기 때문.

2분기에는 기준금리 인상 지연 등으로 1분기보다 실적 기대감이 크지 않지만, 하반기에는 다시 실적 드라이브를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이현주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3분기 정도로 예상돼 있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실질금리 인상 효과 등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적인 측면에서도 매수할 만한 상황인데다 하반기 정도에는 은행권 인수합병(M&A) 등의 이벤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6월 금융당국의 우리금융 민영화 발표와 KB금융지주 회장선출 등의 이벤트 덕분에 M&A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