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이머징마켓 아프리카] (1) 35弗짜리 중국산 휴대폰 62弗에 팔아도 '매진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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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깨어나는 10억 소비자
지난 5일 두바이를 출발해 탄자니아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만난 아담 바카리(31)는 중국 광저우에서 들어오는 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탄자니아 경제수도인 다르에스살람의 우후루 거리에서 휴대폰과 주변 기기 등 전자제품을 팔고 있다. 바카리는 "최근 중국산 의류 수입사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이문이 많이 남는 것은 너도나도 갖기 시작한 휴대폰"이라며 "가진 돈은 모두 투자했고,돈을 더 빌리려고 은행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고 전했다.
앙골라 수도 루안다 남부에 있는 탈라토나 지역의 벨라스 쇼핑몰.신흥 중산층 거주 지역에 자리한 이곳의 푸드코트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햄버거 매장 밥스(Bob's)였다. 이 매장의 인기 메뉴 '빅밥' 햄버거 가격은 1650콴자,한국 돈 2만170원 수준이다. 빅맥지수가 가장 높은 노르웨이 빅맥(7.02달러)의 세 배에 이른다. 하지만 주머니가 두둑한 앙골라인들은 줄을 서서 빅밥을 사먹는다.
◆"가난 · 전쟁은 이젠 옛말"
아프리카가 인구 10억명의 거대 소비시장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도시마다 속속 들어서는 벨라스와 같은 서구형 쇼핑몰과 숍라이트 · 게임 등 프랜차이즈식 대형마트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가나 아크라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변호사 오우수 추마시(37)는 아프리카 경제 성장이 낳은 신 소비층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미쓰비시 파제로,두 대의 수입차를 굴리고 사립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몬테소리 교육에 월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거액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아프리카에선 변변한 옷이 생산되지 않아 영국에서 공수한 막스앤드스펜서의 '40레귤러' 치수 양복을 입는다고 했다. 2001년 소규모 여행사를 시작했을 때는 평범한 젊은이였지만 가나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에 연간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상류층으로 발돋움했다.
다르에스살람에서 이달 5일부터 사흘간 열린 아프리카 세계경제포럼(WEF on Africa 2010)에서 만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직원 이노센트 펄전스는 "서구 사람들은 가난하고 게으르고 무능하며 전쟁과 도둑질을 일삼는 아프리카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있다"며 "이런 'CNN 아프리카'(미국 방송채널 CNN에서 자주 내보내는 부정적인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시장 주도권 다툼 치열
아프리카 경제의 급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이동통신사업이다. 앙골라 루안다 등의 빈민가에조차 우니텔 모비셀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광고가 곳곳에 붙어 있다. 2002년 이후 아프리카 무선통신 시장은 연 평균 50% 성장했다. 브라질보다 두 배가량 빠르며,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아프리카 경제가 살아나면서 자원 확보 못지않게 소비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해외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인도 통신회사인 바티 에어텔은 지난 2월 쿠웨이트계 무선통신사 자인의 아프리카 사업권을 107억달러에 사들였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15개국 소비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영국의 보다폰과 프랑스텔레콤 등에 대한 인도 자본의 선전포고였다.
남아공 통신회사 MTN과 자인은 2003년까지만 해도 가입자 수가 1000만명에 못 미쳤지만 작년에는 각각 1억300만명과 7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세계 10위,18위 통신기업으로 올라섰다. 무선통신 시장조사업체 인포마T&M의 수석애널리스트 닉 조티스키는 "아프리카 통신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회사와 싱가포르의 싱텔 등 아시아 업체들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인프라 · 자원 투자자 몰려든다
통신시장뿐만 아니다. 가나 쿠마시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재래시장에는 수년 전까지 찾아보기 어렵던 카메라 노트북 등 전자기기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젊은 사업가들을 겨냥한 HSBC와 씨티,바클레이즈은행 등의 대출 광고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호텔난'을 겪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늘어난 외국인 투자자들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특히 사하라 이남 제2의 산유국인 앙골라의 루안다는 호텔 잡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다지 좋지 않은 호텔도 하룻밤 싱글룸 가격이 300달러에 육박한다. 한영남 현대중공업 앙골라지사장은 "워낙 호텔 잡기가 어렵다 보니 사업상 방문이 잦은 오일 메이저들이 주요 호텔을 몇 달,1년치씩 예약해 놓고 있어 갈수록 호텔 사정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곳곳에서는 포클레인의 굉음이 들린다. 도로 건설,전기 설비,통신 시설 등 모든 분야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루안다 도심에선 어느 곳에서나 고개를 들면 10여개 이상의 타워 크레인을 볼 수 있다. 루안다에서 수산업과 무역업을 하는 인터불고의 안영권 사장은 "불과 수년 사이에 고층 건물 수십여개가 생겨서 밤에는 홍콩처럼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다"며 "이 중 상당수는 남광토건 등 한국 기업들이 지은 것"이라고 전했다.
아크라(가나) · 루안다(앙골라) ·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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