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주가는 10년 전에 고점을 찍었다. 이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은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것이나 다름 없다"

SK텔레콤 주주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이 같은 푸념이 증권 인터넷 게시판에 가득하다. 올 들어 주가가 내내 부진하더니 최근엔 작년 9월 기록한 1년 최저가에 근접했다.

2위 KT에 업종 대표주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연중 최고치를 연거푸 경신하며 1700선을 오르내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SK텔레콤 주주들의 소외감은 더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도한 마케팅에 따른 실적 부담과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자회사와의 합병설 등 불확실성이 SK텔레콤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오전 11시 10분 현재 SK텔레콤 주가는 전날보다 500원(0.3%) 내린 16만7500원에 거래되며 작년 9월 8일 장중 기록한 52주 최저가(16만5000원)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1월 20일의 고점(19만2000원)에 비하면 12% 넘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13조524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KT의 시가총액이 12조3000억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그 차이가 1조원 내외까지 좁혀졌다.

이 같은 부진은 무엇보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격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앞세워 KT가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자 SK텔레콤이 뒤늦게 반격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정부가 전일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을 전체 매출의 22%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업자당 유무선 교차 지원을 1000억원 한도로 사용할 수 있어 마케팅 절감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며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직접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이 아닌, 요금할인 등의 방법으로 감소한 보조금을 고객들에 다시 보전해줄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마케팅 비용 제한으로 이동통신사의 실적이 증가할 여지는 있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 할 전망"이라고 했다.

주식을 살 수 있는 주체가 없는 점도 부진한 주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 유치산업이란 이유로 외국인은 국내 이동통신사 지분을 최대 49%까지 살 수 있는데, 최근 이 지분 한도가 꽉 찼다.

기관이 펀드 환매 탓에 매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까지 나설수 없게 되자 수급이 꼬인 것이다. 더구나 기관은 최근 3개월 간 SK텔레콤 주식을 140만여주나 매도하며 하락을 부추겼다.

SK그룹 전체의 사업구조 재편으로 불확실성이 큰 것도 부정적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하고 있는 SK컴즈는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사업인 '네이트'를 이관해 달라고 작년부터 요구했는데, SK텔레콤이 최근 이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 년간 적자를 냈던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설도 끊이질 않는다. KT LG 등 경쟁사들이 속속 유무선 사업을 하나로 합치는 추세여서 SK텔레콤도 어떤 방식으로든 합병을 하지 않겠냐는 논리다.

한 통신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실제 합병 여부와 관계 없이 M&A(인수ㆍ합병) 불확실성만으로도 주가에는 악재"라며 "회사가 분명한 입장을 내놓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