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테이트 모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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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템즈강 북쪽에 자리잡은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이 포화상태에 이른 소장품을 나눠 전시할 공간을 찾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다. 템즈강 남쪽에 20여년간 흉물로 방치돼 있던 화력발전소 자리에 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현상공모에 나섰다. 공모에 참여한 70여개 팀 대부분이 기존 건물을 헐고 새로 짓자는 안을 내놨지만,당선작으로는 스위스 건축가(피레르 드 뮈롱,자크 에르조그)팀이 낸 발전소 건물 리모델링 안(案)이 뽑혔다.
저명한 건축가 길버트 스콧 경이 설계한 길이 152m,천장 높이 35m,굴뚝 99m의 발전소 건물은 이렇게 살아남았다. 1층 터빈홀 곳곳에 박혀 있는 H자 철제 빔과 리벳을 원형대로 보존했고,천장의 크레인도 그대로 뒀다. 크레인은 지금도 대형 작품을 운반할 때 사용한다. 보일러실은 전시실로 바꿨다. 2000년 공사를 끝낸 후 테이트 브리튼엔 19세기 무렵 영국 회화 위주로 남겨놓고 20세기 현대미술품들은 테이트 모던으로 옮겼다.
테이트 모던이 탄생한 지 지난 12일로 10년이 됐다. 개관 당시만 해도 목표 관람객 수를 연 180만명으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그 두 배를 넘는 470여만명씩 이곳을 찾았다. 파리 퐁피두센터 350만명,오르셰 미술관 300만명,뉴욕 현대미술관(MoMA) 280만명보다 훨씬 많다. 또 다른 성과는 슬럼화된 지역을 문화 중심으로 바꿨다는 거다. 템즈강 건너편 세인트 폴 성당과 테이트 모던을 잇는 자전거 · 보행자 전용 다리까지 놓자 통행이 빈번해지면서 지역 전체에 활력이 생겼다.
테이트 모던의 성공 요인으로는 건물 자체의 독특한 건축미와 시민친화적 운영방식이 꼽힌다. 폐허가 다 된 발전소 건물을 전통과 현대,자연과 테크놀로지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재창조해 낸 다음 '관람객이 없으면 미술관도 없다'는 방침을 잘 지킴으로써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장소로 만든 것이다. 일부 전시실에선 아이들이 그림을 따라 그리느라 시끌벅적해도 그대로 놔둔다고 한다.
이제는 '영국의 장점과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면 테이트 모던으로 데려가라'(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곳은 영국의 자존심이 됐다. 그것도 딱 10년 만에 이룬 성과라 더 놀랍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한켠에서 잊혀져 가고,당인리발전소를 한국의 테이트 모던으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도 흐지부지돼가는 걸 멀거니 지켜봐야 하는 우리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저명한 건축가 길버트 스콧 경이 설계한 길이 152m,천장 높이 35m,굴뚝 99m의 발전소 건물은 이렇게 살아남았다. 1층 터빈홀 곳곳에 박혀 있는 H자 철제 빔과 리벳을 원형대로 보존했고,천장의 크레인도 그대로 뒀다. 크레인은 지금도 대형 작품을 운반할 때 사용한다. 보일러실은 전시실로 바꿨다. 2000년 공사를 끝낸 후 테이트 브리튼엔 19세기 무렵 영국 회화 위주로 남겨놓고 20세기 현대미술품들은 테이트 모던으로 옮겼다.
테이트 모던이 탄생한 지 지난 12일로 10년이 됐다. 개관 당시만 해도 목표 관람객 수를 연 180만명으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그 두 배를 넘는 470여만명씩 이곳을 찾았다. 파리 퐁피두센터 350만명,오르셰 미술관 300만명,뉴욕 현대미술관(MoMA) 280만명보다 훨씬 많다. 또 다른 성과는 슬럼화된 지역을 문화 중심으로 바꿨다는 거다. 템즈강 건너편 세인트 폴 성당과 테이트 모던을 잇는 자전거 · 보행자 전용 다리까지 놓자 통행이 빈번해지면서 지역 전체에 활력이 생겼다.
테이트 모던의 성공 요인으로는 건물 자체의 독특한 건축미와 시민친화적 운영방식이 꼽힌다. 폐허가 다 된 발전소 건물을 전통과 현대,자연과 테크놀로지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재창조해 낸 다음 '관람객이 없으면 미술관도 없다'는 방침을 잘 지킴으로써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장소로 만든 것이다. 일부 전시실에선 아이들이 그림을 따라 그리느라 시끌벅적해도 그대로 놔둔다고 한다.
이제는 '영국의 장점과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면 테이트 모던으로 데려가라'(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곳은 영국의 자존심이 됐다. 그것도 딱 10년 만에 이룬 성과라 더 놀랍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한켠에서 잊혀져 가고,당인리발전소를 한국의 테이트 모던으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도 흐지부지돼가는 걸 멀거니 지켜봐야 하는 우리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