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중 앞두고 다이빙궈와 연쇄통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미국이 대중(對中)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동북아 외교를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1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고, 같은 날 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1시간이 넘도록 장시간 이뤄진 클린턴 장관의 이날 통화는 지난달 29일 다이빙궈와의 전화통화에 이어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것이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오는 24∼25일 `미.중 경제전략대화'를 위해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있다.

클린턴 장관까지 나선 미국 외교 당국자들의 중국을 상대로 한 움직임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인다.

국무부는 12일 클린턴-다이빙궈 통화 내용에 대해 이란 제재 공조 문제도 있지만 북한 문제,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결과와 천안함 문제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차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그 결과가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조사 발표 이후 외교적 대응 문제까지 미.중간 논의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미.중 양국이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연계시키지 않고, 6자회담 조속 재개쪽으로 선회하려는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게 미 국무부쪽의 분위기다.

현재 중간조사 결과가 북한의 소행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데 한.미양국이 판단을 공유하고 있고, 천안함 사고 사후 대처에서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하는 입장이라는게 워싱턴의 시각이다.

최근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특사,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 한반도 외교라인은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북한의 호전적 행위 중지', '한국과 협의 우선'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동남아 순방중이던 캠벨 차관보의 베이징 경유길에는 성 김 대표가 워싱턴에서 날아가 합류했고, 성 김 대표는 곧바로 방한해 중국과의 협의 결과를 한국 측에 전했다.

이런 흐름에 비춰 클린턴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한국과 미국의 외교적 대응 방향을 큰 틀에서 중국에 사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전문가들도 천안함 사고 국제조사팀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미국 당국이 보고받은 중간 조사 결과를 중국 측에 전하고, 미국이 천안함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외교적 대응의 향방에서 중국이 최대 변수인만큼 클린턴 장관이 직접 나서 중국을 설득하는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에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사전 설명하고 한미 양국이 유엔 안보리 회부 문제도 검토하는 등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전하면서 역내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통화는 커트 캠벨 차관보의 방중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클린턴 장관은 캠벨 차관보의 방중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재차 장관급 레벨에서 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미국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크롤리 차관보는 클린턴-다이빙궈 통화 내용중 북한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6자회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측으로부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결과 설명이 있었고, 쌍방간에 천안함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만 브리핑했다.

6자회담 재개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중국은 6자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미국은 천안함 문제에 중점을 뒀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