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한국 중소기업의 '그린 테크놀로지'에 최소 1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또 올 2월 한국 벤처기업에 400만달러 투자를 단행한 퀄컴은 최근 벤처투자전담팀인 퀄컴벤처스 직원들을 국내에 보내 2000만달러 규모의 2단계 투자를 준비 중이다. 노바티스,사노피아벤티스,존슨&존슨 등 글로벌 제약 · 의료기기 업체들도 국내 '강소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기업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메이저 업체와 국내 중소기업 간 기술 제휴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국내 중소업체들이 독자 생산한 부품 등을 해외에 판매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이처럼 기술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기업이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택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유재원 KOTRA 신사업유치팀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당면 과제는 혁신"이라며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벗어난 한국이 주목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GE는 11일 줄리아나 셰이 글로벌리서치센터 일본 총괄 본부장 등 전문가들을 대거 파견,KOTRA 본사에서 국내 기업 및 연구소 250곳과 상담회를 가졌다.

KOTRA는 작년 4월부터 해외 글로벌 기업과 국내 업체를 연결해 주는 'GAPS'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조환익 사장은 "GE 같은 글로벌 기업은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쉽게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다"며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샀기에 이번 행사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GE가 정확히 얼마를 투자할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GAPS의 투자 하한선이 1000만달러"라고 말했다.

퀄컴은 올 2월 디지털오디오 기술 개발업체인 펄서스테크놀로지에 400만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로 투자할 기업의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바티스 역시 올 9월 초에 지분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발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 간 잇단 제휴는 양자 간 '윈-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외 업체로선 혁신 기술에 대해 우선권을 갖게 된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이를 상용화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은 자본 유치 효과와 함께 글로벌 기업의 해외 공급망에 진입할 기회를 갖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은 우리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한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단순히 도급업체로 여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