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사이에는 여전히 갈등의 강이 흐르고 있다. 강 위에 놓여진 다리 이름은 불신이다. 양측 모두 이 다리를 건너길 꺼린다. 자연 한 지붕 두 가족의 구조는 점점 고착화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계기는 2007년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이다. 당시 경선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게임이었다.

이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였고 박 전 대표는 당원 지지에서 앞섰다. 경선 승자가 대통령 자리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양측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박 전 대표 측이 BBK,도곡동 땅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본선보다 더 격렬한 말 그대로 혈투였다.

결국 이 대통령이 근소한 표차로 승리했다. 박 전 대표는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였다.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것으로 두 사람이 앙금을 털고 손을 잡을 거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상황은 거꾸로 갔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과 냉기류가 흘렀다. 쉽게 잊기에는 경선 때 쌓인 앙금이 너무 깊었다.

관계 회복을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경선 후 네 차례 만났다. 매번 만나고 나면 예기치 않았던 악재가 불거져 결국 얼굴을 붉혔다. 관계 회복은커녕 더 멀어졌다.

두 사람의 화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뿌리깊은 불신이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최근 사석에서 "이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방어하느라 대통령 당선 이후 구상을 할 수 없었다"며 "근거없는 공세로 도덕적 상처를 입은 부분에 대해 이 대통령의 심적 고통이 컸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이 대통령은 경선 뒤 박 전 대표에게서 딱 한마디를 듣고 싶어했다. 그건 '미안하다'는 말이었다"며 "그 한마디면 모든 게 풀렸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사과하지 않았다. 경선에서 패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그로서는 경선 승복으로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음직하다. 이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그냥 넘기기에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다는 얘기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 이면에 경선전 혈투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우고 있는 것 같다.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