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같은 물건에 하나는 싸게 하나는 빗싸게 정가를 붙였드니 빗싼 정가를 붙인 것을 사가는 사람이 많아서 돈을 모았다는 실례가 참으로 많더라."

대한통운의 전신인 조선운송주식회사가 1949년 3월호 사보 조운(朝運)에 실은 '돈 모으는 이야기'에 나오는 사례다. 일제 강점에서 갓 벗어나 자본주의 물결이 한창이던 시대 흐름 때문인지 샐러리맨들의 관심사가 돈 모으기에 쏠리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창업에 대한 얘기도 실려 있다. 주주 유치 광고를 내고 장사 밑천을 모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는 외국 신문에 나온 일화를 소개한 글도 등장한다.

조운은 한국 사보사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여의도 한국잡지박물관에 1949년본들이 보관돼 있었는데 최근 대한통운이 사사(社史)를 정리하면서 개인 소장가가 갖고 있는 1939년 4월호의 실물(사진)을 확인했다.

이원태 대한통운 사장은 "연표를 통해 1937년 2월부터 사보가 나왔다는 것을 보긴 했지만 실물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4월호와 함께 사보 여섯 권의 존재를 한국사보협회에 알렸고,협회는 조운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보로 인정했다. 김흥기 한국사보협회 회장은 "이번 발견으로 195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기업사보의 역사가 20년 정도 앞당겨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운은 해운,트럭 운송 등 사업 관련 지식 소개에서부터 돈 모으는 이야기,시사상식,사원이 쓴 수필이나 여행기 등 다양한 코너들로 구성돼 있다. 호마다 여성의 복장과 화장,여성 교육과 각오,수기 등 여성 관련 글을 수록해 여성의 사회활동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했던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